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와 금융기관 등에 대한 해킹을 시도해 3억1640만 달러(약 357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해킹을 통해 훔친 가상화폐를 중국 소재 비상장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통해 실제 화폐로 바꾸는 ‘돈세탁’에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31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해킹) 작전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2억8100만달러 상당을 탈취한 해킹 사건도 현재 조사중이다. 이 사건은 같은 해 10월 2300만달러를 가로챈 두 번째 해킹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훔친 가상화폐를 중국 소재 비상장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통해 실제 화폐로 바꾸는 돈세탁에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을 주도한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정찰총국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거래소 그리고 글로벌 방산업체를 겨냥해 악의적인 활동"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라자루스·킴수키 등 해킹 조직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또한 보고서는 한 회원국이 제공한 사진과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북한이 연간 50만배럴인 정유제품 수입 한도를 초과해 제재를 위반했다고도 판단했다.
북한은 지난해 들어 9월까지 모두 121차례에 걸쳐 안보리 결의로 정한 수입 상한선을 훨씬 초과해 정유제품을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몰래 이뤄지는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보다 대형 유조선이나 바지선으로 정유제품을 남포항 등 북한 영토까지 실어나르는 직접 운송이 지난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