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정치개혁 대제언] 장혜영 "민주 대 反민주 프레임 지나간 이야기...기득권 동맹 해체해야"

2021-04-01 03:00
  • 글자크기 설정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대담···<4>이대론 안 된다, K 국회 향해

'대한정치학회·대한민국지식중심·한국청년거버넌스' 공동기획

거대 양당 체제, 과거 무한회귀 반복…국민의 미래 안중에 없다

청년 정치의 한계? 그냥 청년정치가 싫다고 솔직히 말해야

기대-실망 무한반복, 국민들 스트레스가 정치개혁 동력으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최신형 정치사회부 부장, 정리=황재희 기자] “민주 대 반(反)민주는 깨져가고 있습니다. 민주진보진영이라는 것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프레임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환상에서 벗어나 2021년 현실정치를 해야 합니다.”

1987년생 청년 국회의원인 장혜영 정의당 초선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 입성해 1년여를 돌아보니 무력감보다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양당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득권 정치의 표본을 보여줬고, 진영논리가 사람들의 눈을 가리면서 정치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를 가지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는 장 의원은 한국 정치가 국민들의 공감대와 합리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점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대 양당 체제, 과거 무한회귀 반복

-한국 정치는 87년 체제 이후 여전히 '승자독식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역주의 정당의 '권력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무력감을 느낄 것 같은데.


“무력감보다는 분노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적대적 공생의 양당 정치라고 하는데, 이를 규정하자면 사실 국민들에 대한 기만의 정치, 배신의 정치다. 말로는 무엇인가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그 안에는 진영논리와 자기이익 추구만 있다. 공공이익이나 가치 윤리가 아닌, 철저히 사적인 것에 함몰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만 보더라도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감추고 호도하기 바쁜 모습을 보면서 분노가 컸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기후위기를 안보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결정하지 않았나.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양당의 4‧7 재‧보궐선거 공약을 보면 가덕도‧제주공항 신설 등 토건 재개발과 같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구나’라고 느꼈다. 양당 정치는 과거 무한회귀, 타임루프와 같은 트랩에 빠져 있다.”

-혹자는 한국 정치에 제대로 된 진보도, 보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제도권 정치가 '운동권(진보 세력)'과 '기득권(보수 세력)'의 패권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동의하나.

“진보와 보수는 가치의 언어인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가치에 기반한 정당인가 하면,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시장 만능주의에 기반한 정당이다. 민주당은 민주화를 자신들의 특권으로 보고 사유화하는 세력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양당의 세력다툼이라고 하는데, 이들에겐 훨씬 더 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치주의도, 국민의 미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 충격 통해 민주진보진영 환상 깨야

-연대 전선을 펴는 여당의 문제로는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와 86 운동권 그룹이 꼽힌다. 이들은 정의당과 애증의 관계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관계 설정이 필요한가.

“그런 시각은 너무 옛날이야기다. 나는 어떤 그룹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절대 다수인 민주당이 스스로를 민주화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영광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그 과제를 두고 싸우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은 기득권화됐고, 이제 자정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외부적인 힘을 통한 교체가 필요하다. 투표를 통한 낙선은 소극적이기 때문에 정치개혁이 필요한데, 이것이 정의당의 과제라고 본다. 86그룹에 대한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86그룹 안에서도 어떤 정치‧사회 권력을 갖고 있는 무리들이 있고, 그 괴로움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독자 행보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는 민주진보진영의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고 이제는 프레임만 있다. 반민주 대 민주라고 하는 연대는 과거에 있었지만 깨져가고 있다. 이제는 2021년의 현실정치를 마주해야 한다. 다만 진영논리가 사람들의 눈을 아주 많이 가리고 있기 때문에 공론장에 왜곡이 있다고 본다. 왜곡된 공론장을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대 우경화?··· 매우 큰 인식의 오류

-청년 정치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 딜레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년 정치는 모든 국가의 영원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를 이끌어갈 주체인 청년이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하다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는 것이다. 청년 정치의 경우, 기득권의 방식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많다. ‘(청년을)뽑아놨는데 무엇을 했느냐’고 하지만, 이렇게 뽑은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질문을 청년에게만 하는 것은 이중 잣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청년정치의 상(像)을 만들어 놓고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솔직하게 청년정치가 싫다고 하는 것이 맞는다.”

-20대 우경화(右傾化)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없나. 이명박 정부(MB)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20대 지지였다.

“단순하게 20대 우경화라고 하는 것은 매우 큰 인식의 오류라고 본다. 한국 정치가 무한양당 과거 정치로 회귀하는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자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부패한 부분, 잘못하고 있는 부분, 자기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을 늘 외부 탓으로 돌린다. 상대 당에 돌리고, 20대에 혹은 여성에, 온갖 외부 요인으로 돌리면서 '나는 늘 최선을 다했고 무결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계속 반복되니 아무도 이제 이것을 사실로 믿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의 ‘20대 개새끼 이야기’가 2021년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뭐라고 생각하겠나.”

◆승자독식 타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승자독식체제·기득권 해체의 명분과 당위성은 항상 공감을 받고 있으나, 거대 양당 체제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야당 시절에는 거대양당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집권당이 되면 개혁은 뒤로 빠져 조용해진다. 이 패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또 기대했다 실망하면서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본다. 결국 스스로 무당층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무한 진자운동처럼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스트레스가 무한 동력이 될 것이다. 여기서 정의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변화의 주체로 정의당을 인정하는 컨센서스(동의)가 있다고 하면, 권력구조의 개편에 힘을 쓸 수 있다."

-기득권 동맹의 해체 역시 필요하다. 진보진영 내부의 개혁 동력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당장 2020년 총선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당시 모든 정당에서 청년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청년을 위한 정당은 정의당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청년 의원이 잘해야 하는 것도 있겠으나, 동력의 역할을 청년 의원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  당내 여러 가지 이견이 있어도 그 안에서 토론하고, 리더십 있는 사람이 이것을 돌파하는 것이 하나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개헌, 정치공학적 이유로 번번이 무산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해 개헌론에 찬성하는지 궁금하다.


“개헌은 시대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지금 처음으로 나라를 꾸려 헌법을 만든다고 했을 때, 헌법이 제정된 1987년과 과연 같을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나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야지, 현실이 법을 따라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동안 개헌 논의는 중요하게 논의됐으나,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번번이 미뤄지고 무산됐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는 다시 촉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수준에 맞게 새로운 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가 기후위기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헌법에 수정해 넣은 것처럼, 그런 종류의 것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한다. 헌법은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가장 큰 기반이 되는 글인데,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시점이 한참 지났다고 생각한다."

◆20세기 도구로 21세기 문제 풀고 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가 선정한 '떠오르는 인물 100인(TIME 100 Next 2021)'에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감사한 일이다. 나는 미래를 갖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미래가 결정됐다고 느낀다. 모든 것에 있어서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집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지만, 어떤 사람은 집을 가진 채로 태어난다. 그러나 나는 미래를 갖는 것이 특권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변화의 수단인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국민들의 합리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점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디자인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장혜영을 이끈' 좌우명이 있나. 

“그때그때 마음속에 드는 글귀를 적어 여기저기 붙여놓는다.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말한 ‘오늘날 헌법을 제정한다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지 않고 18세기 헌법을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20세기 도구를 갖고 21세기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 20세기 사람들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며 너무 크게 소리치고 있어 21세기 도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감을 잃어버릴 것 같을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