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신용카드사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줄어들며 관련 비용이 급감한 영향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리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이용잔액은 전년보다 9% 이상 늘어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등 8개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익 총액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3801억원) 증가했다.
카드대출 잔액은 2019년 40조원에서 지난해 41조9000억원으로 4.7% 증가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가 7조6000억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14.3%) 감소했으나, 카드론이 32조4000억원에서 35조4000억원으로 3조원(9.2%) 급증하며 전체 대출이 늘어났다. 카드론 잔액 증가율은 2016년(11.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카드론의 연간 신규취급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카드론 이용액은 53조원으로 전년 대비 14.9%(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5년(15.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영끌'·'빚투'에 나선 대출자들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당국이 은행 신용대출을 조이자 카드론으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카드론 금리를 5% 이하 수준까지 내리기도 했다.
자산건전성은 개선됐으며 자본적정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카드사 연체율은 1.29%로 전년 말대비 0.14%포인트 낮아졌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2.3%로 규제비율(8%)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8배 이내로 맞춰야 하는 레버리지배율도 4.9배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