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를 처음 본 날. 배우 변요한(35)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영화와 극 중 창대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변요한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 중 변요한은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영화를 보니 여러 가지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어요. (촬영을 마친 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보았는데 결과물이 정말 훌륭했고 제게도 큰 울림을 주었죠. 여운이 깊었어요."
"'앞으로 창대는 어떻게 살아갈까?' 저 역시도 궁금해지더라고요. 그가 벗어나고 싶어 하던 '흑산'을 '자산'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과정이 궁금했고 또 깊이 이해가 갔어요. 다행히 종착역에 잘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창대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가치관을 더 확산하고 싶었어요."
그는 영화 촬영 전 창대와 약전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자 흑산도를 찾기도 했다. "굉장히 멀었다"라고 회상한 그는 곧 추억에 잠긴 얼굴이었다.
"작품 전 촬영장을 찾아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게다가 흑산도라니…. 가는 길도 멀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심란한 마음으로 (흑산도를) 가게 됐죠. 가는 도중에는 정약전이 너무 먼 길로 유배를 왔다는 생각에 놀라운 마음이 들었어요. 우연히 가이드분을 만나 정약전 선생님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쓸쓸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생선 손질도 익혀야 하고 사투리도 구사해야 하고…. '창대'가 되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의 마음을 알아가는 게 더 어려운 부분이었죠."
창대의 '마음'을 읽기까지 변요한은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다.
"연기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표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뭘까? 지금 시기의 저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춘 같다고 생각했죠. 올바른 시선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있나 하는 고민을 했고 답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그 결과 제가 생각한 '답'은 창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마음으로 학문에 관해 갈증을 느끼는지 알아내는 점이었죠. 이준익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께 많은 걸 배우려고 했어요."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그는 배우로서도 한 걸음 성장한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항상 이준익 감독님, 설경구 선배님과 만나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동경하는 분들이죠. 두 분을 한 번에 만나게 된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그는 이준익 감독, 설경구와 호흡을 맞추며 '지혜'를 배웠다고 거들었다.
"설경구 선배님은 후배들을 정말 잘 챙겨주시죠. 어떤 선택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 들어주세요. 영감 그 이상의 지혜를 주시는 분이죠. 이준익 감독님은 배우의 장점을 봐주세요. 배우들과 친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데 이런 점 때문에 '자산어보'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무엇이 더 올바르게 담기게 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흑백 톤이 색채가 없고 배우의 눈, 목소리 등으로만 전달해야 하니까. 서툴더라도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게 됐다.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지난 2년간 휴식기를 가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어릴 적, '여보세요'라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말을 더듬었어요. 그걸 고치기 위해서 연극을 시작했고 제가 원하는 대로 말을 내뱉을 수 있게 되면서 '연기'를 꿈꾸게 됐죠. 지금도 서툴고 부족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정신 차리려고 노력해요. 연기는 늘 목말라요. 작품 안에서 누군가의 희로애락을 표현해야 하는데 내가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많다고요. 다만 그 고민도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