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가 고분양가관리지역 분양가 심사기준을 개선한 이후 처음 해당지역에서 공급된 주요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제도 개선 이전과 견줘 반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비규제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경쟁률과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분양가관리지역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허그 분양가 심사 개편에 따라 청약시장에 대한 가수요가 빠져나간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허그가 지난달 22일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는 등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완화하면서 분양시장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분양가관리지역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선정되는데, 수도권 전 지역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남·중구), 세종·청주 등이 포함된다. 서울과 경기(광명·하남·과천 등)일부 지역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분양가 심사제 개편으로 청약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모습이다. 이달 고분양가관리지역에서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물 일성 트루엘' 평균 경쟁률은 8.2대 1로 한자릿수에 그쳤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지난해까지 평균 경쟁률이 45대1에 달해 대구 청약시장에서 1위를 수성했던 지역이다. 올해 인천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시티오씨엘3단지'도 지난 23일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평균경쟁률이 12.6대 1 수준으로, 지난해 인천 경쟁률의 10분의 1수준이다.
이에 반해 비규제지역에서 공급된 3개 단지는 경쟁률이 꽤 높았다. 지난 23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았던 충남 아산 '더샵 센트로'는 52.8대 1의 '로또단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거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던 울산 울주군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울산역 어반스퀘어'도 평균경쟁률이 19.4대 1에 달했고, 최근 충남 계룡시에 공급된 '계룡자이'도 평균 27.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 데 비해 청약시장 진입문턱은 그대로라 분양단지 매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수요자들 입장에서 청약기회는 일생의 단 한 번 뿐이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고분양가관리지역 내 분양가 심사기준이 크게 완화되면서 사실상 분양가 규제가 유명무실 해졌다"면서 "실제 분양가 책정 수준이 비규제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가 청약규제, 대출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그대로 적용 받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률 하락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