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마비] "시간당 4억달러 물류 손해"…세계 공급망의 비명

2021-03-26 14:21
  • 글자크기 설정

"일평균 96억 달러 규모 물류 경제적 손실"

해운사들,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고려 中

운송시간 11~16시간→11일로 대폭 늘어

에버기븐호 선주·운영사 배상금 청구 위기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 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5일(현지시간) 수에즈 운하의 통행을 사흘째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프랑스우주청(CNES)의 위성사진. [사진=AFP·연합뉴스]



초대형 메가급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좌초로 통행이 중단된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의 후폭풍이 일판만파로 퍼지고 있다.

주요 해운사 선박이 수에즈 운하에서 발이 묶이면서 원유, 가스 등 원자재뿐만 아니라 생필품 같은 일반 소비품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거란 우려가 나왔다. 또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으로 무역, 물류 등 관련 업계의 경제적 손실이 시간당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등장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해운정보업체 로이즈리스트(Lloyd’s List)를 인용해 “수에즈 운하의 하루 물류량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물류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평균으로는 96억 달러 규모의 물류에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류 업체 OL USA의 앨런 배러 대표는 이번 사태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해 “좌초된 선박을 옮기는 것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에 달려있다”면서 “운하 폐쇄가 계속된다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7일에서 9일이 더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최대 규모의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는 이날 성명에서 “희망봉 경유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요하고 시간에 민감한 화물은 항공기로 운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수에즈 운하 사태가 운송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현재 희망봉 우회 운항이 가능한 선박을 모색하는 중”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은 선박들이 희망봉을 이용하게 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약 9000km를 더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요 시간도 수에즈 운하 통행 때의 11~16시간에서 11일로 늘어나, 대형 유조선의 경우 연료비만 30만 달러 이상에 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박사들이 연료비, 인건비, 시간 등이 대폭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희망봉 우회를 고려하는 것은 운송 지연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이보다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박 운항이 하루 지연되면 선주는 6만 달러(시간당 최대 4000달러)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초대형 메가급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다. 이 여파로 이날부터 현재까지 수에즈 운하 통행이 중단돼 전 세계 해운물류 등 공급망 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사진=AFP·연합뉴스]


CNBC는 수에즈 운하의 통행 중단은 미국 소비시장과 중국 수출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세계 공급망이 이미 위축된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 폐쇄 여파로 원자재, 소비품의 운송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존 골드 미국소매협회(NRF) 부회장은 “운하를 가로막은 채 놓여있는 컨테이너 때문에 물류 흐름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 많은 회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공급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CNBC는 이번 사고가 소매업자들에겐 ‘퍼펙트 스톰(여러 재앙이 동시에 닥치는 현상)’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하기도 했다.

배러 대표는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로 들어오는 물류의 약 3분의 1은 수에즈 운하를, 나머지는 파나마 운하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도·중동 지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 공급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버기븐호는 일본기업 쇼에이기센(Shoei Kisen)이 선주지만 운영사는 대만 최대 해운물류 업체인 에버그린마린(Evergreen Marine·長榮集團)이다. 단 에버기븐호의 보험은 일본 보험사에 들어놨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이번 에버기븐호의 예인 작업이 마무리되고,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되고 소유사와 용선사 양쪽 모두 엄청난 배상금 청구를 받게 되리라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