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 공공이냐, 민간이냐 '세기의 빅매치'...부동산 업계 평가는

2021-03-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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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부동산 후보 '부동산 공약' 실현 가능성은

[아주경제 그래픽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선출되면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오 후보와 정부 주도의 공공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추진을 내세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한치 양보 없는 접전이 예상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특히 부동산 분야는 '미니대선'급 파괴력을 지닌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이 엎치고 덮치면서 시민들의 물질적·심리적인 좌절감이 표심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본지는 부동산 업계, 학계의 저명한 전문가들에게 서울시장 양대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검증을 설문했다. 각 후보들이 내세운 부동산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이로 인한 집값 안정 가능성을 짚어보고 도시개발 전략의 비전도 평가했다.

설문에는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지영 R&C연구소 소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여했다.

◆공급 확대는 같아도 방법론은 극과 극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 공약 대척점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태도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후보는 5년 내 공공주택 30만 가구, 오 후보는 36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행방안은 극과 극이다.

박 후보의 공약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짓겠다는 게 핵심이다. 토지임대부는 '토지는 공공이 소유 또는 임대하고 지상의 건물만 일반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일명 반값아파트로 불린다. 반면 오 후보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인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노후 도시 개선을 위한 재개발·재건축에는 두 후보 모두 큰 틀에서는 공감했다. 다만 허용 수준은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규제 완화를 통해 발생한 이익은 공공과 민간이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후보는 용적률과 층수제한 완화 등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시 개발 방향을 정하는 도시 계획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다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서울시 전체를 21개 다핵 분산형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걸어서 21분 거리 내에서 주거·직장·교육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21분 도시’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오 후보는 '4차산업혁명 3대 서울경제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3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특화한 기술산업을 중심으로 문화·교육연구·금융 기능 등을 더해 거점화하는 내용이다. 또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 지역 철도를 지하화해서 지상 공간을 녹지와 문화·산업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개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정책 안정성은 박영선, 집값 안정성은 오세훈··· 양 극단의 빅매치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 측면에서는 오 후보의 정책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중장기적으로 오 후보의 공약이 더 적합하다"면서 "서울 집값의 시발점이 되는 지역이 강남이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준 오 후보의 공약이 집값 안정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심교언 교수는 "박 후보가 말하는 공공재개발(재건축)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최근 LH사태로 사회적 분위기마저 악화돼 추진 동력을 잃었다"고 평했다. 이어 "사업 자체가 길고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과 상황 적합도 등을 따졌을 때 오 후보의 정책이 집값 안정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도 "공공이 개입하는 도시개발정책은 사회적 갈등, 행정적 절차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면서 "박 후보는 공공주도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빠른 공급 시그널을 준 오 후보의 정책이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규정 연구원은 "두 후보는 주택공급 물량만 다를 뿐 공급 확대라는 큰 축에서 보면 같다"면서 "단순 공급물량으로는 박 후보가 오 후보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어 "LH사태 이후 공공주도 방식의 공급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방식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인지가 세부적으로 뒷받침돼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데 (박 후보는)전략적인 부분이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 인포팀장은 "박 후보는 30만 가구 추가 공급, 오 후보는 36만 가구 추가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한 물량"이라며 "누가 됐든 개발로 인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 집값 안정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시정의 안정성과 정책 실현가능성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업무 기대치는 박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섰고,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는 오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섰다.

김 연구원은 "조직운영 경험이나 실무행정력, 중앙정부와의 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박 후보가 오 후보보다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하차 이력이 있고, 각종 부동산 의혹 등으로 마지막까지 중도 하차할 우려가 있어 불안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오 후보의 한강변 아파트 층고 규제 완화,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제한 완화 등은 서울시 조례를 통해 시장 직권으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박 후보의 정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시 조례가 미칠 파급력과 부작용(집값 상승) 우려가 크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소모적인 갈등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실무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높은 현실성 vs 박영선,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책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약으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꼽혔다. 반면 경부고속도로 및 도시철도 지하화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교수는 "도로나 철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집을 짓겠다는 발상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실현되기 어렵다"면서 "도로를 지하로 뚫고 그 위에 대지를 조성한다고 해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매우 적고, 도로 폭도 좁아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저층 주택가의 일조권, 조망권 침해 문제도 있어 주택문제의 '고비용 저효율' 해법"이라고 했다.

양 소장은 "박 후보의 공약은 국유지와 시유지를 활용한 토지임대부(토지는 시행사가 입주자에게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정책과 유사한 내용이 많다"면서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내집 마련' 수요 때문인데, 토지임대부는 내 소유가 아닌 토지를 가지고 집을 짓겠다는 말이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권 팀장도 "주택공급의 공공성 확보 방안이 무조건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식은 아닌데, 정부가 지나치게 임대주택에 집중하면서 정책 반발감을 키우고 있다“면서 ”지금 분위기로는 이행이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 측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도시'와 지하도시 등 거점 개발을, 오 후보는 ‘한강변 르네상스' 부활을 각각 내걸었다.

심 교수는 박 후보의 도시개발 공약에 대해서는 "서울 전체를 21개 다핵 분산형 도시로 만들어 생활권을 세분화한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고 했고, 오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실무경험이 있어서인지 선택과 집중이 잘됐고,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박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수직정원도시 등 가시성 있는 랜드마크가, 오 후보는 한강변 용적률 완화를 통해 한동안 중단됐던 '한강 르네상스'의 부활을 예측해 볼 수 있다"면서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는 오 후보의 공약이 박 후보보다는 높다"고 했다.

권 팀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하에서는 오히려 층수 및 고도제한 등 규제로 막혀 도시를 획일화시키는 측면이 더 컸는데, 오 후보는 이런 획일화를 깨는 공약들을 내세워 서울이 국제도시로서의 모양을 갖추는 데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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