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은 이다윗이 가장 먼저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작품. 데뷔 19년 만에 처음이다.
주연 배우를 맡은 이다윗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극의 중심을 다잡고 관객들을 영화 안으로 이끈다. 아주경제는 영화 개봉 전 이다윗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과 배우로서의 고민 등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이다윗이 나눈 일문일답
충무로 신성으로 등장, 어느새 충무로를 이끄는 배우가 됐다
- 이창동 감독님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연기에 관한 것도 많이 배웠고 그때 생긴 생각이나 신념 등이 쌓여서 이어진 것 같다. 충무로를 이끄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평소 공포영화를 즐기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바하'에 이어 또다시 공포영화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 보는 건 즐기지 않지만 만드는 것에 관한 궁금증은 있다. '사바하'의 경우 정재현 감독님의 대사 한 줄에 꽂혀서 시작했다면 '최면'은 영화 속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와서 시작하게 됐다.
영화 속에는 시각적으로 최면을 이미지화시켰지만 시나리오에서는 유추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 최재훈 감독님께서 미술 감독 출신이시니까. 그에 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만들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이 컸던 것 같고. 아직 많은 걸 경험해야 하는 20대 아닌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경험하고 싶고 그런 것이 재밌게 느껴진다.
도현 역을 두고 '착하지만 싸한 데가 있다'고 소개했다
- 과거의 일 때문에 현재 모습이 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의 전사를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도현을 연기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장면 장면마다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서 시나리오에 따라서 충실하게 표현했다.
도현은 최면 치료 이후 잔혹한 과거 기억과 마주한다. 실제로 최면 치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나?
- 없다. 유튜브 '전생 체험'으로 시도해본 정도다. 실패해서 중간에 그만뒀다.
도현 캐릭터와 이다윗의 닮은 점을 꼽아 본다면?
- 어떤 것에 꽂히면 하나만 파헤친다는 점. 컴퓨터 하나를 쓰더라도 프로세스 하나하나 짚어보는 편이다. 윈도우와 맥의 다른 점들까지. 도현도 그런 편인 것 같다. '최면'에 꽂혀서 파헤쳤듯 말이다.
타이틀 롤로서의 부담감도 있었나?
- 있었다.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요받은 건 아니지만 마음가짐이 그랬다. 그동안 선배님들을 보며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제가 출연하지 않는 장면들도 함께 고민하게 되더라. 잘 때 빼고는 전부 '최면'만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장은 어땠나. 연기 경력이 가장 많다 보니 동료 배우들을 챙기는 것도 이다윗의 몫이었을 것 같은데
- 다들 나이가 비슷한데 연기 경력은 제가 조금 더 많다. 친구들이 워낙 열정적이라 함께 연기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연기 경력이 많아서 제가 현장을 이끌었다기보다는 '저 친구들 보기에 부끄럽지는 말아야지'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조현의 경우는 첫 주연이었다
- 신기할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 그 친구와는 현장에서 몇 신 마주치지 않았지만 신마다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 아마 배우들 중 제일 매달려서 열심히 했을 거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 열정적이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영화는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연예계 이슈기도 하다
-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떠올린 생각 중 하나가 과거 죄의식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당장 어제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학창시절 이다윗은 어떤 사람이었나?
- 크게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너드(nerd)'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친한 친구들도 그런 편이다. 조용하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도현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캐릭터다. 혼란스러운 캐릭터였는데
- 완벽하게 상반되는 느낌보다는 그 사이에서 혼란한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가 본 환상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궁금증과 혼란을 가지고 연기했다.
벌써 데뷔 19년 차가 되었다
- 실감이 잘 안 난다. 제겐 배우로서 큰 목표가 있다. 아주 높고, 멀리에 있어서 빠른 걸음보다는 천천히 오래 지켜보면서 다가가려고 한다. 19년 차가 되기까지 매일매일 같은 보폭으로 걸었다. 오래 하다 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다. 다만 19년이나 연기를 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앞으로의 시간은 연기 외에도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다윗이 세운 높고 먼 목표로는 잘 가고 있나?
- 어릴 적 인터뷰를 보면 '영화계 심장이 되겠다' '영화계 중심이 되겠다'라고 했다. 부끄러운 표현이었지만 그 마음만은 같다.
연기 외적으로도 고민이 많아 보인다. 연기 외적으로 자신을 채우고 싶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내 생각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싶은데 제가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더라. 아직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걸 다양하게 발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앞으로 해보지 못하고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찾아서 도전하고 싶다. 장사도 해보고 싶고 배달 기사도 해보고 싶다. 연기와 다른 새로운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