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월 취업자가 작년 동기 대비 47만3000명 줄어 12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월 취업자가 작년 동기 대비 98만2000명 감소했으니 2월 들어서는 고용악화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경제부총리는 해석했다. 그러나 이는 1월 혹한으로 월 24만여원의 노장년 허드렛 세금일자리가 집행되지 못했다가 2월 들어 집행이 가능해져 60대 이상 일자리가 21만명 증가한 데 힘입은 것으로, 고용악화 사정이 완화되었다고는 보기는 힘든 실정이다. 특히 30대 취업자가 23만8000명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30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막 진출하는 세대다. 이들의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이들 세대가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크게 한다.
한국에서 취업자 수는 대개 전년 동기 대비 30만~40만명 증가추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반기업 친노조 정책의 강도 높은 추진으로 기업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2018년에 9만7000명으로 급락했다. 놀란 정부는 2019년부터 각종 세금주도 단기 일자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책기조를 전환하지 않고 재정을 쏟아부은 단기 재정 일자리에 힘입어 2019년에는 취업자 증가 수가 30만명으로 회복되었으나 2020년에는 그나마 코로나 사태로 21만8000명 감소로 추락했다. 그 감소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단기 일자리가 워낙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이를 그대로 두고는 고용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고용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보기 위해 단기 일자리도 주 40시간 풀타임 일자리로 환산해 본 결과 2018~2020년 3년간 주당 40시간 풀타임 일자리가 195만개 증발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 실패와 코로나가 겹쳐서 엄청난 고용 파괴가 진행되어 온 것이다. 일자리를 구하다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자 구직을 단념한 사람도 2월에 75만2000명에 달하고 있다. 그냥 쉬었음이 271만5000명, 취업준비자도 80만5000명이나 되었다. 청년 확장 실업률은 26.8%에 이르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의 현재 고용사정은 참담한 실정이다.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해외탈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해외투자 기업 수와 투자금액은 해마다 증가해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2019년에는 해외투자 신규법인 수가 4014개에 이르고 해외투자금액이 643억 달러 (약 75조원)를 기록했다. 75조원의 해외투자는 2019년 설비투자 160조원의 47%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한국기업들이 이 정도의 엄청난 규모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으니 국내에서 일지리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 통계는 2019년 통계다. 2020년 4·15 총선 이후 거대여당이 된 좌파 더불어민주당이 기업투자환경을 악화시키는 반기업 악법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아마도 코로나가 진정되고 나면 한국기업의 해외탈출은 더욱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일자리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자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생각은 않고 여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현재도 세계적으로 높은 법인세를 1% 포인트 더 올려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청년세’라는 이름의 법안을 제안했다고 하는 소식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도무지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안목이나 능력이 있는지도 의구심이 가지만 청년일자리를 파괴하면서 마치 본인들은 청년들을 생각하는 정의로운 편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 네이밍 정치를 하는 데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좌파들이 구사해 온 정치행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서 씁쓸한 마음이다.
최근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 한국에서 돈을 안 벌어도 좋으니 가급적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신사업을 피하자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디 네이버만 이렇겠는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본 기업가들은 저마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이라는 것은 원래 나중에 잘 안 팔릴 수도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을 뚫고 ‘동물적 본성’이라고 하는 기업가적 근성으로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가급적 신사업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에서는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이 확보될 수 있겠는가.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사업의 중심축을 일본으로 옮겨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5대5의 지분으로 출자해 Z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아시아를 제패하려고 하는 중국 마윈의 알리바바에 대항한다는 큰 포부를 밝히기고 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런 일이 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단 말인가. 그뿐만 아니라 예비 유니콘들도 해외로 본사를 옮기도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벤처스타트업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영국 등지로 옮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날로 악화되니, 한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2018년에 269억 달러까지 증가했던 외국인투자액은 2019년에는 233억 달러로 감소하고 있다. 해외로 나간 자국기업이 돌아오는 리쇼어링은 더욱 한심하다.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 수가 2018년에 886개로 기염을 토하고, 일본도 2017년에 725개나 돌아오면서 자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4개, 2018년 9개에 불과한데, 그마나 조사에 의하면 절반 정도는 한국의 열악한 기업환경과 정부의 무관심에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보도다.
일자리 만드는 데 왕도는 없다. 세금을 거두어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최악의 정책이다.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이 투자해서 세금을 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 정도다. 한국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가 2801만명이다. 이 중 임금근로자가 2033만명이다. 이 가운데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이 200여만명 정도 되고 나머지 1800여만명을 크고 작은 기업에서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별수를 쓰도 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는 고용사정이 개선될 수 없다. 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공공부문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것까지 고려해도 나머지 1700여만개 일자리는 민간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을 적대시하고,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어 청년들이 재수 삼수해서라도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을 국민의 공적처럼 취급해서는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OECD 2018년 자료에 의하면 250인 이상 기업에 조사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한국은 20%로,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57%에 이르고 있다. 일본, 영국이 47% 수준이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부국들은 34~37%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는 얘기다. 한국처럼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근무환경이나 급여에 불만이 팽배해 있는 사회가 아닌 것이다. 한국은 왜 이처럼 대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향유하고 있는 근로자 비중이 낮은가. 근본적으로 대기업 수가 적기 때문이다. 증가하던 대기업 수는 87체제 이후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0년 중반에 700개가 넘었던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 수는 300여개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소기업만 증가했다. 취업여건이 악화되니 자영업자도 크게 증가해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저생산성 업종을 중심으로 과당경쟁 상태에 있고, 그중에는 혼자서 하는 열악한 자영업자도 416만명에 이르고 있다. 무급가족종사도 104만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한국의 고용사정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좌파정부의 반기업 포퓰리즘 정책으로 최악의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되니 결포(결혼 포기), 출포(출산 포기)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도 과거 정부의 적폐로 볼 것인가.
하루 빨리 기업환경을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투자하고 이미 해외로 나간 기업들도 다시 들어와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대전환해야 한다. 늦어지면 한국은 일자리 불모지가 되어 2030 청년들은 잃어버린 세대가 될 우려가 크다.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