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정부 의지와 상관없이 토지 소유주 3분의 2가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에 동의해야 하는 기본적인 요건부터 채우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19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한남1구역에는 ‘공공재개발 결사반대’ 현수막이 붙었다. 공공에 대한 불신과 철거·이전에 대한 반발이 합쳐진 결과다.
찬성 측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보다 더 우수한 사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공공재개발 후보지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한남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사업성 측면에서 공공재개발의 이점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소유주 대부분은 흔들림 없이 동의하는 중“이라며 ”공공 파트너가 SH든, LH든 서둘러서 사업이 확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외에 LH 사태로 인해 대흥5구역과 장위9구역 등지에서도 공공재개발에 대한 찬반이 더 격렬히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흥5구역은 공공재개발 취소 집단 민원이 구청에 접수됐고, 장위9구역은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돼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LH를 보이콧하는 중이다.
2·4부동산대책에서 서울 도심 공급의 핵심축으로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에는 첫발도 떼기 전에 추진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공공사업자(SH·LH)가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대신 3년간 한시적으로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완화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지만, 지구지정 요건인 토지 소유주 3분의 2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강북권 B주공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민간 재건축으로 가기에는 사업성이 다소 애매해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에 기대를 걸었고, 소유주들을 설득해왔지만 LH 사태 이후에는 말도 꺼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노원구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대다수 소유주는 땅을 맡겨야 할 LH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1호 사업장으로 나서야 하냐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정말 좋은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건데, 문제는 누가 첫째로 나서겠냐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민간의 호응을 잃은 2·4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중이다. 정부가 거듭 “차질 없이 공급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성패의 키는 민간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업성이 아무리 좋아도 땅 주인의 과반이 공공사업자를 믿고 재산을 맡겨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기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