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의학계에 따르면 이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20여개국은 유럽의약품청(EMA)의 긴급조사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 18일(현지시간) 전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유보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이날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 가운데 혈전이 생성된 사례가 1건 보고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백신 접종과 혈전 형성과 관련한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어 접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백신과 혈전 간 인과관계 자체의 합리성보다는 백신에 대한 공포감 및 신뢰도 하락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부분을 살펴보면 일단 독감 백신과 혈전 사이의 관련성은 없었고, 영국 연구 결과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관련 혈전 관련 질환이나 화이자 접종 이후 혈전 관련 질환의 빈도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질환의 인과관계가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유럽 당국들이 접종 보류 및 중단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단 이후 접종에 나서는 것이 백신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정부가 백신 접종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도 선제적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오스트리아나 덴마크에서 특정 일련번호의 백신을 접종한 이후 혈전 발생에 따른 소수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서 우려도 커지는 것 같다"며 "이 특정 일련번호 백신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이뤄져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생성 간의 인과관계는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유럽 주요국들의 접종 중단 사례를 도입하는 것도 큰 무리가 따른다"며 "유럽은 아스트라제네카 말고도 화이자, 모더나 등의 타 백신 공급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종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는 점에서, 접종 중단과 같은 사안의 경우 보다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국 현황, EMA 등의 결과를 보며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백신량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멈추게 될 경우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아마 백신의 접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혈전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접종을 하더라도 보다 보수적인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접종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 EMA 등의 결과를 충분히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