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8일(현지시각)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다. 올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간 첫 최고위급 대면 회담이다.
◆ '하와이 회담'보다는 진전···"낮은 수준 공감대라도 형성 기대"
중국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지난해 6월 하와이에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양제츠 회담 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알래스카 회담에서 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원장은 16일 선전위성TV를 통해 "지난해 하와이 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각자 레드라인을 설명하는 데 그쳤을 뿐, 아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실질적 의미가 결여됐다"며 알래스카 회담에서는 이같은 국면을 최대한 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은 21세기경제보를 통해 "미·중관계에 대해 그래도 신중한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한 번의 대화로 양측간 관심사를 모두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양호한 스타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교류에 있어 매우 개방적이고 포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중관계 의제에 그 어떤 제약도 두지 않고, 이번 대화를 앞으로도 체계적으로 이어가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도 절대 트럼프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며 미·중 관계 안정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중 양국이 협력하면 불확실한 국제정세에 확실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쑨싱제(孫興傑) 중국 지린대 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도 선전위성TV를 통해 알래스카 회담은 "미·중 관계 회복의 시작"으로 "양국간 얼어붙은 분위기가 어느 정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국간 외교 접촉과 소통의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도 미국이 알래스카 회담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심지어 강경한 기조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바이든 정부가 여전히 트럼프 시대 대중외교의 부채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 정계에 민주당·공화당을 막론하고 이미 대중 강경 기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번 회담에 비교적 '로우키(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쑨 부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의 얼음을 깨뜨리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며 "특히 알래스카를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도 어쩌면 양국간 단단히 얼어붙은 얼음을 깨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 美 정계 대중 강경기조 만연··· "지나친 환상은 금물"
이번 알래스카 회담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탐색전이 될 것으로도 전망됐다.
쑨싱제 부소장은 "이번 회담이 서로의 마지노선, 레드라인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이번 알래스카 회담을 중국의 '무허회(務虛會)'에 비유했다. 무허회는 일종의 이론학습 회의로, 통상적으로 당정기관에서 연초 방향과 목표, 전략을 정하는 회의를 일컫는 말이다.
쑨 부소장은 특히 이번 회동을 통해 미·중 관계의 성질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향후 양국관계 발전 전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으로선 중국이 미국의 지위를 대체할 의사는 없지만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향상된 지위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밖에 미국은 그동안 수 차례 기후변화, 전염병 방역 등 의제에서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쳐왔다며 이번 회담에서 양국 협력의 틀을 그릴 수 있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천둥샤오(陳東曉)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21세기경제보에서 "미·중 회담은 현실적으로 바라봐야지 지나친 환상을 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바이든이 트럼프와 다른 점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미·중 대화를 재개해 마지노선을 견지하면서 오판으로 인한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전 원장도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 문제 처리에 있어서 (트럼프보다) 더 이성적이고 실질적이긴 하지만, 미국내 대중 강경 목소리가 너무 강하다"며 "양국 관계에 전기를 맞이하기까지 각종 도전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