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19일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 후보를 선출하려면 17~18일 여론조사 경선이 진행돼야 하는데 양측은 17일 오전까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방식 및 유‧무선전화 비율이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오 후보 측은 범야권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을, 안 후보 측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을 후보 선출의 척도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에 비춰볼 때 적합도는 오 후보에게, 가상대결은 안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다만 가상대결은 통상의 단일화 경선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지난 2010년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김진표 민주당‧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이런 방식의 여론조사 경선을 50% 반영했다. 유 후보가 선출됐는데 본선거에선 패배했다.
안 후보 측 실무협상단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협상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상대 후보를 이기기 위해 단일화 하는 것이다. 상대 후보와 대결해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측정하는 건데 방법 2가지 중 하나는 가상대결”이라고 했다. 이어 “가상대결이 제일 확실하다. 양쪽 지지자가 ‘경쟁력이 높고 이길 수 있어서 됐구나’라고 해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유선전화를 섞을 지도 양측의 이견이 크다. 유선전화의 특성상 고령 인구의 응답률이 높은데, 오 후보 측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이 의원은 “정말 말이 안 된다. 국민의힘이 경선할 때 전부 안심번호(무선전화)로 했는데, 자기들도 안 쓴 걸 쓰자고 들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가 무산,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9일까지 협상 기한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정당 조직력이 강한 오 후보로의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안 후보는 ‘표심에 의한 단일화’를 주장하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초반 여론조사상 우세를 보였지만, 막판에 한국당 지지층이 ‘당’을 선택한 것이다. 김 후보는 23.34%, 안 후보는 19.55%를 득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