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홍상수 감독, '흑백'으로 스크린 채우다

2021-03-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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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제작된 영화들 [사진=각 영화 포스터]

국내 거장 감독들이 '흑백' 감성을 안고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과 '인트로덕션' 홍상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그려내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인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또 한 번 흑백영화를 선보인다. 그는 이번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한 이유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자산어보' 속 인물들을 각각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안에 담긴 진심을 효과적으로 전할 방법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아낸 영화 '동주'를 통해 흑백으로 도달할 수 있는 깊이를 보여준 그는 "흑백이 주는 장점은 선명성이다. 현란한 색채를 배제하면 물체나 인물이 가진 본질적인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전달된다. 선명한 흑백으로 조선시대 풍물을 들여다보니 그 시대와 인물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라며 '자산어보'를 흑백 영화로 연출한 의도를 전했다.

이처럼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잡는 색채와 달리 흑백 화면은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정약전'과 '창대'가 서로의 스승과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광활한 자연의 풍광을 무채색으로 담백하게 표현한 화면은 수묵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자산어보' 스틸컷[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홍상수 감독도 '북촌방향' '풀잎들' '그 후'에 이어 또 한 번 흑백영화를 선보인다. 신작 '인트로덕션'을 통해서다.

'인트로덕션'은 세 개의 단락을 통해서 청년 영호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들을 따라간다. 해당 작품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 발표에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았다.

당시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 측은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을 넘어, 이 각본은 행위와 행위 사이 생기는 찰나의 여백을, 순식간에 인간의 삶 속에 숨은 진실이 갑작스레 밝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을 만들어나간다"라고 심사 평했다.

흑백으로 제작된 '인트로덕션'은 홍상수 감독의 미니멀리즘을 십분 느껴볼 수 있다. 감정을 덜어내고 정제하였지만, 호소력은 더욱더 짙어졌다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홍상수 감독의 특기인 관계의 상호작용이 잘 드러난 영화"라면서 "소주에 흠뻑 적신 점심 식사를 끝낸 뒤 바다에 잠시 몸을 담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데드라인은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오랫동안 특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인이고 올해 그가 내놓은 신작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짙은 호소력을 품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애피타이저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이를 뛰어 넘은 요리를 먹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라고 극찬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인트로덕션'은 홍상수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결을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단순함과 매력이라는 성숙한 영화 언어가 제시된 작품"이라고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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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덕션'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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