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⑤] 학원 건물 입주 PC방. 먹거리 못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매출이 지속해서 떨어지자, A씨는 PC방 내 먹거리 판매로 부가수입을 올리기 위해 휴게음식점업종을 추가한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을 관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줄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A씨가 신청한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은 같은 건물 내 학원이 있으면 금지되는 업종이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학원·교습소가 있는 건물에 음식을 파는 PC방은 입주할 수 없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은 교육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업종(유해업종)을 학원이나 교습소와 같은 건물에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해업종은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 비디오감상실업, 게임제공업 등이다. 학원이나 교습소와 같은 건물에 이런 유해업소를 설치하려면 미리 관할 교육감과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유해업소 대상이라 하더라도 일반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PC방)이나 당구장, 만화가게는 예외적으로 협의절차가 면제된다.

문제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수업 후 즐겨 찾는 분식점 같은 휴게음식점이나 음식을 팔지 않는 일반 PC방은 학원 건물에 입주할 수 있지만, 복합유통게임제공업(휴게음식점 겸업 PC방)은 학원 건물에 입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휴게음식점 겸업 PC방은 규제 대상이지만, 만화카페(휴게음식점 겸업 만화가게)는 학원 건물에 입주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모순된 규제로 꼽히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 옴부즈만지원단 관계자는 "일반 PC방과 휴게음식점은 모두 청소년과 교육환경에 유해하지 않다. 휴게음식점은 '식품위생법'상 주류를 판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할 수도 없다"며 "단순히 PC방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보는 규제가 소상공인의 경영애로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적으로 보면, 복합유통게임제공업에 대한 규제의 모순은 더욱 명확해진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의 행위제한에 대해 일반 PC방과 휴게음식업 겸업 PC방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청소년 보호법'도 두 업종 모두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규제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휴게음식업 겸업 PC방과 일반 PC방은 음식물 제공 가능 여부만 차이가 있어 휴게음식점 관련시설을 제외한 시설기준이 동일하며, 두 업종 모두 등록 업종에 해당한다. 아울러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업 겸업 PC방에서 제공 가능한 음식물은 주류를 제외한 다류와 아이스크림, 패스트푸드, 분식 등만 가능하다. 일반 PC방과 휴게음식업 겸업 PC방 모두 유해성을 달리 판단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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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규제 개선을 요청했고, 중기 옴부즈만은 검토 결과 규제 개선 필요성이 인정돼 소관부처인 교육부와 협의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교육부에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숍인숍 시설규제 완화’의 대표업종으로, 최근 등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폐업률이 일반 PC방의 3분의1 수준"이라며 "규제가 개선되면 코로나19로 어려운 PC방의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해당 복합 업종을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소지가 있다"며 "시·도교육청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과 휴게음식점업을 동일한 장소에서 함께 영위하는 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내년까지 학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중기 옴부즈만에 입장을 전달했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PC방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라며 "PC방처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