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가 사전예약 첫날에 2만3760대로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역대 사전예약 첫날 신기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모델로서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와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기차 역사를 살펴보면 2014년 출시한 기아차의 소울 EV가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첫 전기차이다. 2010년 필자가 우리나라 산업 R&D 전략기획과 예산편성을 담당하던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에서 주력산업총괄 MD(차관급)로 재직 시 국가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 과제로 전기차를 선정하여 3년간 정부예산 500억원을 투입하고 30여개의 대중소기업이 참여하여 소울 EV 개발은 물론 모터, 인버터, 컨버터, 충전기 등 핵심 부품 개발 및 생태계 구축을 완료하였다. 그 후 7년 만에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출시하여 전 차종 사전예약 신기록을 기록하니 감회가 새롭다.
정리에 앞서 자동차의 구동방식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자동차는 통상적으로 순수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로 나뉜다. 순수 내연기관차는 내연기관 엔진으로만 구동된다.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구동에 참여한다. 모터 구동을 위해 작은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되고 외부전력 사용 없이 제동 시 전기를 회수하는 회생제동으로 충전한다. 전기차는 외부전력을 사용하는 차로 다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하이브리드차로 나뉜다. 순수 전기차는 엔진 없이 모터로만 구동되고, 상대적으로 큰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외부전력으로 충전된다. 플러그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구동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는 하이브리드차와 같으나 상대적으로 작은 용량의 배터리가 외부전력으로 충전된다는 점에서 전기차로 구분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모터로 구동되고 작은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외부전력 사용 없이 수소연료전지의 발전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먼저, 전기차의 정의에 대한 오해가 많다. 국내에서는 전기차라 하면 순수 전기차만을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적으로 전기차란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통칭한다. 전기차 정의의 차이에서 오는 통계적 또는 분석적 오류가 정책이나 전략의 오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는 293만대이며 그중 전기차는 202만대로 69%,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91만대로 31%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4만7000대로 전 세계 판매대수의 1.6%에 불과하고 대부분 순수 전기차이다. 전기차 중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비중 면에서 독일이 가장 높은 50% 수준이고, 중국도 20%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로, 내연기관차의 소멸 시기에 대한 오해가 심각하다. 영국은 2030년, 중국과 일본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하였고 다른 나라도 이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로 내연기관 엔진의 생산이 중단되고 전부 모터 구동의 전기차 판매로 전환된다는 중대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 실제로는,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는 ‘순수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의미하고 하이브리드차 및 플러그하이브리드차는 지속 확대되어 이에 탑재되는 엔진 생산은 훨씬 더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35년 자동차 신차 판매는 전기차·플러그하이브리드차·수소연료전지차를 통칭하는 신에너지차(NEV)가 50%, 하이브리드차가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중국 시장에서 2035년 4000만대 신차판매 가정 시 2000만대의 하이브리드차, 400만대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예상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내연기관 엔진 생산은 24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즉,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따라 엔진은 없어지고 전부 모터 구동의 전기차로 바뀐다는 오해는 불식되어야 한다.
이러한 오해로 인해 자동차 산업 정책 및 전략의 오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일본·독일 등 자동차 선도국에서는 현재 전기차 분야 연구개발과 동시에 고효율 엔진 개발도 병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가 신규 엔진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감축 내지 중단하고 있는 것은 전략적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여전히 큰 시장이 있음에도 엔진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하여 일부에서 산업 재편이나 전환을 논하고 있는 상황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 전기차는 무조건 친환경차라는 인식에도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친환경의 척도는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추세로 자동차의 생산‧사용‧폐기‧재활용 등 생애주기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상으로 하는 전과정평가(LCA) 규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전기 생산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이루어질 경우는 전기차가 친환경이나, 우리나라처럼 석유·석탄 의존도가 클 경우는 친환경이라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전기차의 배터리 생산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여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배터리 용량이 큰 전기차일수록 친환경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LCA 규제가 도입되면 친환경차의 기준이 대폭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LCA 기준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유럽 및 중국의 하이브리드차 재조명 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친환경차 범주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를 지속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유명한 슬로건처럼, 우리나라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정책 및 전략의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기원한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