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빌린 가계 빚이 지난달 말 1000조원을 처음 돌파한 가운데, 은행의 대출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도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1일 현재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61∼3.68% 수준이다.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1.99∼3.51%)과 비교하면 하단이 0.62%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52∼4.04%다. 지난해 연중 저점이던 7월 말(2.25∼3.95%)보다 최저 금리가 0.27%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채 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규제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0.761%에서 지난 11일 기준 0.885%로 6개월여 만에 0.124%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돼 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겹친 영향이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이 733조3000억원,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 잔액은 268조9000억원이었다.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급증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금리가 낮은 수준이지만,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른 점이 문제"라며 "지난해 영끌, 빚투를 위해 한도를 꽉 채워 대출받은 차주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부실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