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너 3세들이 등기이사에 오르고 해외 사업 전면에 나서는 등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경영 시험대에 오른 이들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는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임세령 그룹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상정했다. 임 전무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이로써 지난해 대상 등기이사가 된 차녀 임상민 전무에 이어 임 명예회장의 두 딸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섰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식품 부문에서 실적이 좋았는데, 임세령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실적에 따른 성과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등기이사는 인수·합병 등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의 일원이다.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에 오르는 것은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여기에 책임경영을 실천하려는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대상홀딩스는 동생 임상민 전무가 지분 3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임세령 전무는 20.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임 명예회장은 4.09%, 임 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부회장은 3.87%를 갖고 있다.
현재로선 임세령 전무 지분에 임 명예회장 지분과 박 부회장 지분을 합쳐도 임상민 전무 지분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후계 구도는 향후 이들 자매가 각각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대상그룹 후계자를 놓고 두 자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CJ그룹은 글로벌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오너 3세를 주력 계열사 해외 사업부에 배치했다. 해외 사업 전면에서 성과를 창출해 승계 발판으로 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전 상무는 지난해 CJ ENM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브랜드전략실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CJ ENM은 글로벌 콘텐츠 등 해외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CJ ENM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올해 1월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발령받았다. 비비고 브랜드 등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전략을 맡는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만두 등을 앞세워 북미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 부장이 해외실적을 등에 업고 연말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이트진로, 형제경영 가동··· 삼양식품도 3세 경영 수업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인 박재홍 전무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실상 3세 경영이 가동됐다는 평가다. 두 형제는 지난해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의 상승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경영 승계를 자연스럽게 이뤄갈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의 장남 전병우 이사가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한 전 이사는 작년 6월 경영전략부문 이사로 승진했다. 1994년생으로 식품 기업 오너 일가 중 최연소 이사다. 전 회장이 횡령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공백을 최소화하기 경영 수업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