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댓글 부대'에 국정원 예산 60억여원을 지원하는 등 불법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담당하는 직무와 상명하복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 전 국정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앞서 원심은 원 전 국정원장의 직원들에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상 직권남용 행위로 특정된 지시가 국정원 직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는 형식적·외형적으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다"며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사항을 직접 이행한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 전 국정원장 직권남용 행위를 전제로 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도 다시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미행·감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원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원심은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에게 자신의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원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으로 실무 담당자들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를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로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이 내려진 승려 명진에 대한 사찰 부분은 유사한 공소사실을 묶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