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이사회 독립성' 요구한 박철완 상무, 추천한 사외이사 절반이 '학연'

2021-03-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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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철완 상무가 이사회 독립성을 명분삼아 주주총회 표 대결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주장하는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와 이에 의한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중 절반이 지배주주인 박 상무 본인과 '학연' 등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탓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지난 9일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키로 했다.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가 열리는 26일 박 상무 측의 제안과 회사 측의 안건이 본격적으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이사회 이후 박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 측이 내놓은 안건이 불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 측이 주주총회에 상정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선임,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은 이미 자신의 주주제안과 유사한 내용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주주제안의 명분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그의 주주제안은 회사 측의 안건보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했다. 대표적으로 정관변경 안건을 꼽을 수 있다. 기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 회장이 맡도록 돼 있었으나, 박 상무 측은 해마다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정관의 변경을 제안했다.

다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해서 무조건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4명 중 절반이 박 상무와 학연이 있다고 파악되는 탓이다. 본인과 학연이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한 본인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글로벌 법률사무소 덴톤스리(Dentons Lee)의 민준기(Min John K) 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 대표 등 4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 중 조 대표는 박 상무와 동문수학한 사이로 파악된다. 박 상무와 조 대표는 지난 2007~2009년 동안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에서 함께 공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전 대표도 박 상무와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졸업연도가 크게 달라 학교에서는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졸업 이후 이 전 대표와 박 상무는 같은 직장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년 동안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 상무는 이 전 대표가 일하던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2004~2005년 동안 근무했다.

현재 의결권자문기관들은 학연 등으로 얽힌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경우 이사회 독립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대학 동문이거나 과거 같이 일하는 등 개인적 관계가 있다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상무 측 관계자는 사외이사 풀(pool)이 좁은 국내 사정상 지배주주와 완전 무관한 사외이사를 4명이나 추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일반적인 지배주주가 아니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에 맞도록 사외이사를 추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이사회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본인과 가까운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을 보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며 "이사회 독립성은 경영권 분쟁의 명분으로 활용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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