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2025년을 목표로 해안경계 임무를 군에서 해양경찰청(해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부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해경은 '증원' 없는 임무 전환은 의미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12월 내부 회의 뒤 △북한 위협 △지형 여건 △해경 임무수행 능력 세 가지 조건 충족을 전제로 해경과 해안경계 임무 전환을 협의 중이다.
양측 갈등 핵심은 해안경계 임무를 위한 선제 조건을 바라보는 시각차다. 국방부 로드맵 구상 핵심이 첨단 장비 도입인 반면 해경은 '증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에 "규모 면에서 군과 비교할 수 없는 해경이 첨단 장비가 갖춰진다고 해안경계를 완벽히 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증원 없이는 군도 제대로 못 하는 경계임무를 할 수 없다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조차도 최초 경계 임무를 위한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병력 감소로 인한 경계 공백을 완벽히 보완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경계 실패가 지속해서 재발하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군은 2019년 해양판 노크 귀순으로 불린 '삼척항 소형 목선 귀순'부터 지난해 '태안 밀입국 보트사건'과 '강화 연미정 탈북자 재입국 사건', 육군 22사단에서 발생한 '월책 허용 사건'에 올해 육군 22사단 '오리발 귀순 사건' 등 줄줄이 경계에 실패해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가 해안경계 임무를 해경에 처음 전환하려고 한 때는 2006년이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병력 감축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10년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2016년 북한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전환 시기는 무기한 연기됐다.
공식적으로 해안경계 해경 전환 무산은 북한 무력 도발 감행이다. 그러나 그간 국방부와 해경 간 협의가 빈손으로 끝난 이유는 해경 측 증원 요구도 컸다. 군 관계자도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된 사안이 여태 밀린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해경 측은 증원 없이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산도 문제다. 강대식 의원은 "군이 2025년을 목표로 해안경계 임무 전환을 목표하고 있지만 올해 예산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해안경계 임무 전환을 위한 첨단 장비 도입과 해경 증원 예산을 4년 정도 남은 기간에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해안경계 임무 전환에 대해 해경 측은 "협의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이 제한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국방부는 "해경 답변으로 갈음하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