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스타트업 긴급 현황조사] ① 정책의 힘...스타트업 2곳 중 1곳 “경영‧투자환경 개선됐다”

2021-03-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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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사업 현황‧정책 효과 설문조사

韓 스타트업 대표 75명 응답...文 정부 지원 정책 긍정 평가

기존 고용‧노동 정책은 대기업‧제조업 중심...10명 중 7명 “인재 채용 어렵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부담...응답자 42% “사업 타격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 청년허브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진화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자 민간 자금의 투자로 이어졌고, 각 분야 인재도 창업 생태계에 빠르게 유입되면서 창업 총량이 증가하고 있다. 규모만 성장한 게 아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쿠팡과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잭팟’을 터트린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같은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배출되면서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의 축적된 경험과 정책의 힘,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이 맞물려 한국은 세계에서 주목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다.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 등 스타트업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인사‧노동 제도와 전통산업 시각에서 신산업을 규제하는 정책 기조는 향후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인됐다.

아주경제가 국내 스타트업 대표 7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기 경영 환경과 정부 정책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명 중 1명이 문재인 정부 들어 스타트업 경영‧투자 환경이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한 정부 예산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흘러들어오면서 ‘성장하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사람과 자본‧인프라의 확충으로 이어져 성장성을 뒷받침한 결과다.
설문 결과를 보면, ‘이번 정부 들어 스타트업 경영‧투자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46.7%가 “어려움은 있지만 개선됐다”고 답했고, “크게 좋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9.3%로 긍정 평가가 절반을 넘겼다.

벤처 생태계에 대한 투자는 모태펀드 예산 증가액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모태펀드는 민간 자금과 함께 자펀드를 조성하고,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8300억원이 모태펀드에 투입된 이후 매년 1조원 가까운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지난해와 올해는 본예산으로만 각각 8000억원, 7500억원을 출자해 마중물을 쌓았다.

설문에 참여한 스타트업 대표는 "지금 시대의 경기 부양은 새롭게 혁신하고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현재 정책 방향이 도움이 되므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그동안 한국 경제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전통산업이 주력이었지만, 앞으로는 벤처·스타트업이 새로운 경제주체가 될 것"이라며 "신산업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제2 벤처붐이 확산될 수 있도록 중기부가 앞장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숙제는 인력난...몸값 높은 개발자 연봉 2000만원 더 올랐다

코로나19 시기에 스타트업 대표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인재 채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다발적으로 창업이 늘고, 비대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개발 직군의 인력난은 심화하는 현상을 보였다. 개발자는 이미 고연봉 직군에 속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이상의 임금이 올랐다.

8일 아주경제가 국내 스타트업 대표 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업 운영에 가장 힘든 점에 대한 질문에 69.3%(복수응답)가 '인재 채용'이라고 답했다. 특히, 개발 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컸다. 응답자의 38.9%는 '개발 인력 채용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커졌다"고 답했고, 30.6%는 비용을 투입해도 '채용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채용된 개발자의 연봉 또한 크게 올랐다. ‘채용 개발자의 연봉은 어떻게 변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37.8%가 '1000~2000만원 인상됐다'고 답했다. '1000만원 이하 인상'한 스타트업은 21.6%였고, 2000만원 이상 올려준 비율도 12.2%나 됐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개발 인력 특히, 경력이 있는 고급 개발자를 채용하기 쉽지 않다"며 "연봉을 올리고 스톡옵션을 내걸어도 회사와 맞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대표도 “코로나19 시기에 리모트 근무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높은 생산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좋은 개발자를 유치를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개발직 인력난과 함께 주 52시간 전면 도입도 스타트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관한 질문에 33.8%는 '사업 확장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8.1%는 '회사 운영이 몹시 어려워진다'고 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대체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중견기업과 달리 소수 인원이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야 하는 스타트업에는 인위적인 근무시간 규제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스타트업 긴급 현황조사 결과.

기존 채용‧고용‧노동 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대기업과 제조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존 제도는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고, 수요‧공급에 따라 직군별 연봉 변동이 큰 스타트업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였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스타트업 10곳 중 8곳은 리모트 워크와 온‧오프라인 순환근무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고객을 늘리거나(26.7%), 성장 속도가 빨라진 기업(14.7%)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속도전이 벌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실시간 대응을 위해서라도 고용‧노동 관련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존 법률 규제가 전통적인 산업에 맞춰져 있어 혁신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데 큰 제약이 된다”며 “대기업 제조라인 위주의 근로자 정책은 스타트업의 업무 형태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가 없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에 유일하게 일자리가 늘어나는 분야가 스타트업계인 만큼 새로운 고용‧노동 정책을 도입해 유연하게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빠르게 인력을 충원해 시장을 확인하고, 반대의 경우 몸집을 줄여 대응한다면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동력이 생긴다는 주장이었다.

또 다른 대표는 “큰 기업들 위주로 근로자 권익 보호와 관리 감독이 늘고 있는데, 스타트업 특성에 맞게 노사를 구분하지 않고 한 팀으로 결속력 있는 문화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은 직원의 신규 충원을 대규모로 진행해 사업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해 보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지나치게 근로자 권리에 치중되면 부담을 갖고 고용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노동 정책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 총액 늘었지만, 초기 기업은 여전히 가뭄

매년 4조원 넘는 자금이 벤처 투자업계로 유입되고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유치가 쉽지만은 않았다. 벤처투자 총액이 증가했음에도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받기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기업이 14.9%나 됐다. 상위 업체에 투자금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 중이고,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출이 주요 지표로 요구되면서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 업계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77%(복수응답)는 '투자 유치 양극화 현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 시리즈A 단계 이상의 투자를 받은 업체는 높은 기업가치에도 투자금이 몰리지만,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받기가 어려워졌다는 반응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응답자의 40.5%는 '투자를 받는 데 매출이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혁신성과 성장 가능성 이외에 현시점의 수익성 여부가 투자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 점진적 퇴장 고려할 때”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과정에 정부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민간 중심의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도록 점진적인 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보증에 나서기보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선진 제도를 정비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책으로 제시된 디지털 뉴딜에 대해 스타트업 대표 43%가 '별로 효과가 없었다' 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며 전통산업과 마찰을 빚을 때도 정부가 나서 일일이 규제하는 대신 "네거티브 규제를 기본으로 안 된다고 정해 놓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 기조를 바꿔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디지털 뉴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한 대표는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는 것보다 플레이그라운드 조성에 힘써주면 좋겠다”며 “하나하나 조정하거나 가치 판단을 하기에 (정부는) 비대하고 (정책) 효과도 낮다. 최대한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뛰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고,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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