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납니다.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4시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에서 이같이 전했다. 사의 표명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쯤 문재인 대통령 사표 수리로 27년 검찰 생활이 마무리된 뒤 올린 글이다.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과 관련해선 "이런 와중에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더 혼란스럽고 업무 의욕도 많이 떨어졌으리라 생각된다"고 검사들을 다독였다.
특히 "총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 수장직은 내려놓지만 정계 입문 등 다른 방식으로 계속 현안에 관여하겠다는 취지다.
윤 총장은 "개인이나 검찰조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일해왔다고 자부한다"며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수사·재판을 안 해본 사람들이 졸속입법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고 여당을 비난하며 "중대범죄에서 수사는 짧고 공판은 길다는 것, 진짜 싸움은 법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건 사법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한)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에도 직을 지킨 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뒤 당시 검사들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나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며 "과분한 사랑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리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