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조선향(向) 후판 가격의 인상폭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연초부터 수주릴레이를 이어가며 연간 수주목표 조기 달성도 전망되고 있지만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해 배를 만들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선업계는 철강업계가 올해만 후판가격 인상을 자제해 준다면 내년부터는 대규모 인상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은 3월 중 국내 조선사들과 상반기 조선향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t당 10만~13만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1~3월 공급된 후판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협상가격이 적용된다.
철강업계가 후판가격 인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철광석 가격이 2011년 10월 이후 10년여 만에 t당 17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174.35달러로 전년 동기(88.1달러) 대비 97.9% 인상됐다. 올해 초 가격인 161.8달러와 비교해도 7.76% 인상된 가격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2019년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악화의 주원인이 t당 90달러를 넘어서는 철광석 가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 초까지는 90달러 전후를 유지할 것이라고 봤지만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가격 인상으로 인해 후판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선향 후판가격에 대해서는 최근 3년간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인상을 최소화해왔다. 주요 고객인 조선업계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철광석 가격이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 반드시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아직까지는 후판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수주실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고, 현재 건조 중인 선박 역시 업계가 어려웠던 2018~2019년 저가 경쟁을 통해 수주한 선박으로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배를 만들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글로벌 조선사들의 수주규모는 연평균 약 4200만 CGT(표준선환산톤수)다. 반면 지난해 글로벌 조선사 수주 규모는 1920만 CGT로 평균치의 절반 정도다.
이 같은 조선업계 불황에 조선3사는 지난해 보수적으로 책정한 목표수주실적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0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목표금액 111억 달러의 91%를 달성했다. 대우조선은 54억1000만 달러로 75%를, 삼성중공업은 55억 달러로 65%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반짝 수주가 있어 조선업 호황으로 비쳤지만 실상은 연말에 그나마 회복한 수준”이라며 “조선업계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조선사들이 실적이 좋으니 연말까지만 후판가격 인상을 멈춰 준다면 내년에는 대규모 인상도 감당할 정도로 회복될 것”이라며 “철강업계는 실적의 문제지만 조선업계는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