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원이 다가 아니다. 50조원 사업 전초전이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한화디펜스 '레드백(Redback)' 장갑차 호주 수출 여부를 미국 장갑차 사업 수주 전초전으로 평가한다. 레드백이 호주 '랜드(LAND) 400 3단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50조원에 달하는 미군 'M2 브래들리' 장갑차 4000대 교체 사업의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대표적인 방위산업 선진국이다. 때문에 M2 브래들리 장갑차 교체에 미국산(産) 장갑차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해답은 랜드 400 3단계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영국 방산기업은 호주군 장갑차 사업의 1차 관문에서 탈락했다. 놀랍게도 탈락한 미국 업체는 M2 브래들리 장갑차를 개발한 BAE 시스템즈다. 이 회사가 개발한 CV90 장갑차는 호주군이 선정한 후보군 가운데 가장 많은 1200여대를 생산됐다. 실전 경험은 물론 유럽 5개국에서 쓴다는 것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호주군이 요구한 성능이 레드백과 링스 KF41에 미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미 육군이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의 선택적유인전투차량(Optionally Manned Fighting Vehicle·OMFV)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도 호재다. OMFV은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할 차세대 장갑차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독일 링스 KF41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9월 이 제품은 헝가리 육군 장갑차로 뽑혔다. 특히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는 2018년 3월 호주 '랜드 400 2단계' 사업에서 우선협상자로 확정돼 복서 차륜형 장갑차 210여대를 현지에 납품 중이다. 앞서 호주 육군이 발주한 대형 군용차량 계약도 따냈다. 여기에 링스 KF41은 주요 구성품들을 라인메탈 디펜스가 직접 생산해 레드백보다 가격경쟁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35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기술적 한계로 장갑차 교체 사업에 실패했다"면서 "현재로선 호주 장갑차 사업 1차 관문도 못 넘은 BAE 시스템즈가 이 사업 우선협상자가 되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레드백이 호주 사업에서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미국 장갑차 교체 사업 유력 후보로 떠오를 것"이라면서도 "성능면에서 레드백이 링스 KF41과 차이가 크지 않다고 평가되고 가격경쟁력도 알 수 없어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