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과 풋옵션 갈등을 빚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악연이 10년 차에 들어섰다. 하지만 국내외 검찰 고발과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 신청 등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주 앞으로 다가온 ICC 2차 청문회가 사실상 양측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분수령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ICC 2차 대면변론 이달 15~19일 개최
IB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생명 측과 FI는 오는 15일부터 닷새간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주관하는 2차 대면변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대면변론은 지난해 10월 1차 대면변론 이후 두 번째다. 1차 변론이 코로나19 등으로 이틀간만 진행되면서, 이번 2차 변론이 최종 판결 전 교보생명 측과 FI 측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현재 교보생명 측은 법무법인 광장이, FI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변론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앤장은 FI 컨소시엄이 2012년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할 당시에도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변론에서는 교보생명 측은 검찰의 딜로이트안진과 교보생명 FI 관계자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FI의 풋옵션 청구 과정에서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FI는 검찰 기소와 풋옵션 분쟁은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보생명이 풋옵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다, 공정시장가치(FMV) 산정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FI 악연 2012년 시작
신창재 회장 등 교보생명과 FI의 악연은 2012년부터다. 당시 신창재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으로 FI 측에 넘기며 회사가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기한 내 교보생명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FI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교보생명 측은 계약의 적법성과 유효성 부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안진회계법인이 산출한 주당 40만9912원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신 회장의 생각(약 20만원)보다 크게 높았던 것이 이유다.
당시 회계법인은 풋옵션 행사 시점보다 약 4개월 앞선 2018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잡아 유사 기업 평균 주식 가치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의 기업가치 평가를 믿지 못하겠다며 반발했고, FI는 2019년 3월 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 역시 지난해 3월과 4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국내 검찰에 안진회계법인을 각각 고발했다.
◇ ICC 2차 변론 쟁점은
IB업계에서는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ICC 2차 대면변론의 쟁점은 검찰의 기소 영향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검찰의 기소 영향이 적을수록 FI가 유리하고, 영향이 클수록 교보생명 측이 유리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FI가 검찰에 제출한 증거자료와 ICC에 제출한 자료가 동일한 만큼, 중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지난 1월 기소는 기업가치 가격보다는 추가 용역 수임 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앞서 풋옵션 기한이 됐음에도 교보생명 측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의 기소로 신창재 회장 등 교보생명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직접적으로 가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가치 산정 과정을 문제 삼은 만큼, 중재 판정부 역시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검찰 공소장에 안진회계법인이 FI로부터 용역비나 법률 비용 이외의 '추가 용역 수임'을 약속받고 부정공모에 가담했다는 혐의가 적시돼 교보생명 측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