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자치로 나뉜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첫 수장인 남구준 본부장(54)이 26일 취임했다.
남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초대 국수본부장 취임식을 하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어 "개정 형사소송법·경찰법은 '견제와 균형 원리로 형사사법 체계를 작동하고, 수사기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이 내린 준엄한 명령"이라며 "국수본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역량과 공정성에 의구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수사 환경을 만들겠다"며 수사 절차상 취약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3만여명 수사경찰에겐 자긍심을 가지고 인력·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한국판 연방수사국(FBI)인 국수본 수장이 공식 취임했지만 이미 당면 과제는 쌓여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 경찰 부실 수사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주식 거래 의혹 수사도 경찰 손에 달려있다.
경찰대학교 5기 출신인 남 본부장이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국수본 독립성 역시 숙제가 될 전망이다.
1967년 경상남도 진주 출신인 남 본부장은 마산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교 선배다. 경찰대에서 학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찰청 형사과장과 경남 창원 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냈다. 특히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시절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물 등을 유통한 텔레그램 'n번방' 수사 등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 1년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 본부장 지명 직전까지 경남경찰청장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