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사업자(지상파·종편·PP)와 유료방송 사업자(케이블TV·IPTV·위성방송) 간 ‘콘텐츠 사용료’ 지급 관행으로 자리잡은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콘텐츠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선공급 후계약’ 금지 법안이 통과되면 “협상력이 높은 콘텐츠사업자가 계약을 지연시킨다든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정리해 국회에 제출했다.
선공급 후계약이란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의 콘텐츠를 우선 송출한 뒤에 콘텐츠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3년치)를 지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간 콘텐츠사업자는 선공급 후계약 방식으로 인해 프로그램 사용료 규모를 예측할 수 없고 제작·투자 계획 등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CJ ENM, KBSN, MBC플러스 등이 속한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PP협회)는 성명을 내고 “법률 개정을 통해 선계약 후공급을 의무화하고 PP 프로그램 사용료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는 해당 법안이 사실상 지상파·종편·PP의 입장만 반영된 ‘방송생태계 파괴’ 법안으로 보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선계약 후공급이 되면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고 검토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콘텐츠사업자들이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하고 계약을 마무리 지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콘텐츠사업자와 유료방송계 간 ‘힘의 불균형’ 현상은 이어졌다. 지난해 7월 CJ ENM은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콘텐츠 중단을 통보했다. 12월에는 KBS·MBC·SBS 등 지상파3사가 케이블방송인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가입자당재송신료(CPS) 인상과 관련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신규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뒀다.
콘텐츠사업자가 콘텐츠를 중단하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유료방송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안을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실제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연8%(400원~500원·2019년~2021년도분)대 인상 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료방송계는 선공급 후계약 방식을 법으로 금지할 게 아니라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콘텐츠 사용료 기준을 마련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 기능에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