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미국 배터리 특허 소송으로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SDI는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SDI는 23일 100% 종속회사인 헝가리법인(Samsung SDI Hungary Zrt.)이 시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하는 403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출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또한 5384억원(4억 유로) 규모를 장기 차입하는 헝가리 법인에 채무보증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삼성SDI 헝가리 법인이 조달하는 자금은 약 9420억원에 달한다. 확보된 자금 일부는 운영·차환 등에 쓰이지만 상당수가 공장 시설 확충에 투자될 예정이다.
삼성SDI가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는 헝가리를 중심으로 증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2017년 5월 헝가리 괴드 공장을 유럽의 배터리 생산기지로 준공한 뒤, 이듬해부터 배터리를 양산하며 유럽의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이번 투자를 통해 헝가리 괴드 공장의 생산능력(CAPA)을 30GWh(기가와트시)에서 40GWh 중후반대까지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들이 의욕적인 투자에 나선 반면 삼성SDI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으로 비친 게 사실"이라며 "이번 헝가리 투자 확대를 기점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의 시장 분석업체 마티아스 슈미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럽 시장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133만대로, 중국의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125만대)를 제치고 전세계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최근 유럽(EU) 국가들의 환경 규제 정책이 강화된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 지원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슈미트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지난해 12.4%였으나 올해는 15.5%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