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지난해 1월부터 충남·전북·경북도 농업기술원과 함께 논·밭에서 월동하는 병해충의 종류와 밀도를 조사했다. 논두렁 태우기 효과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우선, 친환경 재배 논이나 관행 농업지역 모두에서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80∼97%)의 월동 밀도가 월등히 높았다. 해충류의 밀도는 5~7%로 낮게 나타났다. 기타 절지동물류(2∼3%)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이 논두렁을 태운 후에는 논과 논두렁 내 익충의 밀도가 크게 감소했고, 소각 이후 4주가 지날 때까지 밀도 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소각한 농경지와 소각하지 않은 농경지에서의 해충 발생량과 피해량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논두렁 소각 효과를 밝히기 위해 친환경 농업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먹노린재의 월동 성충을 채집한 뒤 3, 5, 10cm 깊이에 각각 묻고 지푸라기를 덮어 소각했다. 불을 붙여도 월동 중인 해충이 잠들어 있는 땅속 온도 변화가 극히 적어 열기로 타 죽은 먹노린재가 거의 없었다.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김현란 과장은 "논두렁 태우기는 땅속에서 월동하는 해충 방제 효과는 거의 없고,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를 더 많이 죽게 한다"라며 "오히려 산불, 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음므로, 정월대보름 전후 논두렁 태우기를 자제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