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검사)이 지난해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를 재판에 넘기면서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과실치상'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해상수색구조지침에 따라 현장 지휘관을 맡았다 유죄를 확정받은 김경일 전 목포해양경찰서 123정장과 똑같은 혐의다. 같은 사건에 같은 혐의지만 법원 판결은 매우 달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형사책임을 살펴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해경 지휘부에 대해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김 전 정장과 다른 결론이다.
123정장 항소심 재판부 '불고불리 원칙' 깨
광주고등법원 형사6부(서경환 부장판사)는 2015년 7월 김 전 정장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세월호 구조 실패는 해경 지휘부와 '공동책임'으로 봐야 하며, 김 전 정장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도 봤다.
김 전 정장은 당시 목포해경 경비함 123정 책임자였다. 이 때문에 해경 내부 지침에 따라 세월호 구조 현장 지휘관을 맡았다.
무엇보다 주목할 건 항소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불고불리 원칙'을 깼다는 것이다. 불고불리 원칙이란 검사가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은 사건은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 절차 원칙이다.
해경 지휘부는 당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심은 해경 지휘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징역 4년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되는 과정에서 해경 지휘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거로 김 전 청장이 참사 당시 김 전 123정장과 통화했고, 서해청 상황실도 주파수공용통신(Trunked Radio Service·TRS)로 여러 차례 통신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전 정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리는 건 가혹하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김 전 정장 유죄 확정 뒤 4년이 지나 재판에 넘겨진 해경 지휘부 법원 판단은 달랐다. 그와 함께 죄를 지은 공동정범으로 보기에 어려우며,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국면마다 달라지는 상황에서 세월호와 각급 구조본부 간 교신이 어려웠던 점을 들며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이해했다.
중앙지법, 동일 혐의 해경 지휘부에 면피 제공
김 전 정장이 유죄를 확정받은 건 세월호 참사 현장에 경비함 123정이 처음 도착했을 당시 대응 조처 때문이다.
광주고법은 123정이 처음 도착했을 때 세월호가 45도 기울어져 있었지만, 갑판과 해상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이처럼 배 안에 승객들이 있는 걸 인지했으면서도 퇴선 유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해경 지휘부에 대한 판결에서도 조건은 다르지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목포해경 상황실에서 오전 8시 54분쯤 사고 신고를 여러 건 접수하며 파악한 건 선체가 이미 약 45도에서 50도 기울었고, 승객들은 배 안에서 대기 중이라는 것이다.
해경청 상황실 역시 비슷한 내용을 이미 오전 9시 1분쯤부터 9시 20분 사이에 보고받았다. 서해청 상황실에는 오전 9시 25분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 탈출 여부를 해경에 문의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광주법원은 123정 책임자인 김 전 정장이 승객 퇴선 유도를 하지 않은 점을 유죄로 보고 실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같은 조건을 인지한 해경 지휘부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판단은 정반대였다. 재판부는 배 안에 승객들이 있다고 판단해야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조건인데, 해경 지휘부가 그렇게 보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