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최근 북한 원전 건설 의혹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놓고 여야 간 진실공방이 이어진 탓이다.
해당 USB에 북한 원전 건설 내용이 포함됐고,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문건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입장대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은 거론되지 않았고, USB에도 북한 원전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맞섰다.
◆김정은에 건넨 USB에 들어 있는 내용은
당시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에게 USB를 전달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4월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도보다리 회담에서 ‘발전소’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명하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에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만들어서 직접 건네줬다”며 “그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USB에 발전소 내용이 영상으로 포함되긴 했지만, 북한 원전 건설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USB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당장 협력이 가능한 수력·화력·신재생 에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작성했다가 삭제한 이유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이 관련 문건의 내용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 커졌다.
산업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부서별로 실무 정책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총공세가 쏟아지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된 해당 문건을 결국 공개했고, 이후 의혹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다수 관계자들은 삭제 이유에 대해 의도적인 삭제가 아닌 실수에 의한 삭제 가능성과 기존 정부와의 정책기조가 다른 내용 등이 포함돼 미리 삭제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문건을 삭제한 공무원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건의 삭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실수에 가능성을 크게 두고 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일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개별 항목들을 전부 점검하면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삭제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폴더 전체를 삭제하는 과정에 (북한 관련 문건이) 끼어들어 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신한울 3·4호기를 지어 북한에 송전하는 안 등이 포함된 해당 문건이 탈원전을 추진하는 현재 정부와의 정책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노파심에 미리 모두 삭제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MB 때도 구상한 北원전··· 검토해도 국기문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hwp’ 문건 내용이 알려지자 “문재인 정권의 이적행위”,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기문란 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됐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폭로, 또는 청와대 차원의 지시 등 개입 여부는 현재까지 드러난 바 없어 부처 차원의 검토를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언급하기도 했던 내용이다. 천 전 수석은 2010년 10월 북한 지역에 5~6개 원전을 건설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천 전 수석은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원전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얘기했는데, 산자부의 문건엔 ‘북·미 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적혀 있다.
◆北 원전 건설 현실 가능성 ‘있나 없나’
현재로선 북한에 원전을 지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국인데, NPT 제3조 2항은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을 규정, 핵무기 보유국에 이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2003년 NPT를 탈퇴했기 때문에 복귀하기 전엔 북한에 원전을 지어줄 수가 없다. 이를 무시하고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및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NPT 복귀도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NPT 복귀는 북한이 비핵화를 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고강도 사찰을 받아 비핵화가 검증돼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폐기하기 전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북한 경수로 2기 건설 추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고 NPT에 남아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생(풍력) VS 원전 논란··· 진실은
원전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확산되자, 재생에너지발전과의 비교를 통해 온갖 허위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산업부를 비롯해 지자체, 민간기업은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을 투입해 8.2GW(기가와트) 설비용량의 세계 최대 규모 풍력 단지를 조성키로 했으나, 한국형 신형 원자력발전소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장 설비용량과 발전용량의 해석 차이가 모호해지면서 오해만 낳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신안해상풍력개발의 설비용량은 8.2GW로, 2019년 기준 신고리 3호기(1.4GW) 대비 5.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용량으로만 따진다면, 풍력개발이 6배 수준이 되는 것은 맞는다. 다만, 신고리 3·4호기를 기준(각 1.4GW)으로 볼 때 3호기 가동률 88%, 4호기 100%를 적용하면 연 발전량은 1만5977GWh가 된다.
신안풍력의 연 발전량은 2만1550GW(가동률 30%가량)로, 이를 1GWh 기준으로 정리하면, 원전 1기가 신안풍력개발 대비 4배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원전의 경우, 가동 중단 등 변수가 있다 보니 실제 가동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수치 비교를 통해 무엇이 낫다고 판단하기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수치비교로만 볼 때 재생에너지가 효율이 낮아 보이나, 원전은 폐기에 따른 비용부담과 오염 후유증 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USB에 북한 원전 건설 내용이 포함됐고,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문건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입장대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은 거론되지 않았고, USB에도 북한 원전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맞섰다.
◆김정은에 건넨 USB에 들어 있는 내용은
당시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에게 USB를 전달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4월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도보다리 회담에서 ‘발전소’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명하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에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만들어서 직접 건네줬다”며 “그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USB에 발전소 내용이 영상으로 포함되긴 했지만, 북한 원전 건설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USB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당장 협력이 가능한 수력·화력·신재생 에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작성했다가 삭제한 이유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이 관련 문건의 내용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 커졌다.
산업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부서별로 실무 정책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총공세가 쏟아지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된 해당 문건을 결국 공개했고, 이후 의혹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다수 관계자들은 삭제 이유에 대해 의도적인 삭제가 아닌 실수에 의한 삭제 가능성과 기존 정부와의 정책기조가 다른 내용 등이 포함돼 미리 삭제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문건을 삭제한 공무원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건의 삭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실수에 가능성을 크게 두고 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일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개별 항목들을 전부 점검하면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삭제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폴더 전체를 삭제하는 과정에 (북한 관련 문건이) 끼어들어 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신한울 3·4호기를 지어 북한에 송전하는 안 등이 포함된 해당 문건이 탈원전을 추진하는 현재 정부와의 정책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노파심에 미리 모두 삭제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MB 때도 구상한 北원전··· 검토해도 국기문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hwp’ 문건 내용이 알려지자 “문재인 정권의 이적행위”,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기문란 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됐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폭로, 또는 청와대 차원의 지시 등 개입 여부는 현재까지 드러난 바 없어 부처 차원의 검토를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언급하기도 했던 내용이다. 천 전 수석은 2010년 10월 북한 지역에 5~6개 원전을 건설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천 전 수석은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원전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얘기했는데, 산자부의 문건엔 ‘북·미 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적혀 있다.
◆北 원전 건설 현실 가능성 ‘있나 없나’
현재로선 북한에 원전을 지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국인데, NPT 제3조 2항은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을 규정, 핵무기 보유국에 이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2003년 NPT를 탈퇴했기 때문에 복귀하기 전엔 북한에 원전을 지어줄 수가 없다. 이를 무시하고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및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NPT 복귀도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NPT 복귀는 북한이 비핵화를 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고강도 사찰을 받아 비핵화가 검증돼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폐기하기 전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북한 경수로 2기 건설 추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고 NPT에 남아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생(풍력) VS 원전 논란··· 진실은
원전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확산되자, 재생에너지발전과의 비교를 통해 온갖 허위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산업부를 비롯해 지자체, 민간기업은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을 투입해 8.2GW(기가와트) 설비용량의 세계 최대 규모 풍력 단지를 조성키로 했으나, 한국형 신형 원자력발전소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장 설비용량과 발전용량의 해석 차이가 모호해지면서 오해만 낳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신안해상풍력개발의 설비용량은 8.2GW로, 2019년 기준 신고리 3호기(1.4GW) 대비 5.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용량으로만 따진다면, 풍력개발이 6배 수준이 되는 것은 맞는다. 다만, 신고리 3·4호기를 기준(각 1.4GW)으로 볼 때 3호기 가동률 88%, 4호기 100%를 적용하면 연 발전량은 1만5977GWh가 된다.
신안풍력의 연 발전량은 2만1550GW(가동률 30%가량)로, 이를 1GWh 기준으로 정리하면, 원전 1기가 신안풍력개발 대비 4배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원전의 경우, 가동 중단 등 변수가 있다 보니 실제 가동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수치 비교를 통해 무엇이 낫다고 판단하기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수치비교로만 볼 때 재생에너지가 효율이 낮아 보이나, 원전은 폐기에 따른 비용부담과 오염 후유증 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