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증권사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규제특례 심의에서 제외했다. 주식 소수점 거래를 규제 샌드박스가 아닌 제도개선을 통해 허용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재작년 금융위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규제 특례사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구체적으론 △주식 예탁 시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 소유분의 구분예탁 의무 △해외주식 매매 중개 시 자기계산 계좌와 고객계산 계좌의 구분개설 의무 등에 대해 특례를 부여했다.
소수점 단위 주식거래를 국내주식까지 확대해달라는 시장요구가 커지면서 당국은 지난해 8월 "해외주식뿐 아니라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소수단위 주식매매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사업모델을 검토, 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식 소수점 거래는 주식을 수량이 아닌 금액 단위로 사고판다는 개념이다. 아직 한국 제도상에는 안착하지 못했지만 허용만 되면 소자본 개미들에겐 대형호재다. 소수점 거래에 참여하면 한 주에 90만원가량인 미국 테슬라 주식을 2000원어치(0.002889주)만큼 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특례에 힘입어 해당 서비스를 발빠르게 제공해왔다.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도 해당 분야에 관심이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관련 정책방향이 나오기 전까진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 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게 당국 쪽 입장"이라며 "제도가 하루이틀 새 마련될 일도 아닌데, 기존에 하던 서비스라도 계속 할 수 있도록 (당국이)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는 바로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당국이 규제를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불가능해졌다"며 "규제가 바뀌면 바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기약이 없다. 당초 당국은 지난해 4분기까지 업계 의견 수렴, 컨설팅 등을 거쳐 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타임라인을 세웠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데드라인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 주는 한 사람이 소유한다는 것이 현행 법령체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형식적으론 주주가 한 명이지만 실질적으론 여러 명이라는 식의 '법리'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견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업계도 여러 방안을 모아오지만 뻥뻥 뚫려 있다는 게 문제"라며 "한두 번 쓸 게 아닌 몇십 년 쓸 다리를 짓는 문제라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