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국제적 해킹에 연루된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 해커 3명은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5월 파괴적인 랜섬웨어 바이러스인 ‘워너크라이(WannaCry 2.0)’를 만들어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을 시도했고, 국방부와 국무부 등 정부 관계자를 ‘스피어 피싱(spear-phishing)’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피어 피싱’이란 특정 업체나 개인에게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 핵심 정보를 훔친 뒤 이를 악용하는 범죄를 뜻한다.
존 데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북한 해커를 향해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 자루 대신 가상화폐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라고 맹비난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북한 해커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로 해외에서 해킹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데머스 차관보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에 전 세계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고 야후뉴스는 전했다.
데머스 차관보는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북한의 (정부·기관을 위한) 수익 창출 노력에 다른 국가도 조처할 때가 됐다”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캘리포니아 중부지검의 트레이시윌키슨 검사장 대행은 “북한 해커들의 범죄 행위는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됐다”면서 “이는 정권을 지탱할 돈을 얻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국가적인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콜러스 에버하트 분석가는 기소된 북한 해커들이 빼돌리려고 했던 13억 달러가 2019년 북한의 민수용 수입상품 총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면서 “북한 경제에 있어 엄청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소된 해커들은 2019년 몰타에서 네트워크를 해킹해 은행 간 거래 가짜 메시지로 자금을 송금했다. 2017년 5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슬로베니아 기업으로부터 7500만 달러를,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기업으로부터 2500만 달러를, 지난해 8월에는 뉴욕의 한 은행으로부터 1180만 달러를 빼돌리려 했다.
특히 박진혁은 지난 2018년 9월 제기된 소니픽처스 사이버 공격 사건에 연루된 혐의도 받고 있다. 소니픽처스 사이버 공격사건과 관련 북한 공작원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픽처스는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바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검찰과 연방수사국(FBI)도 뉴욕의 은행에서 해커들이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19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압수하고자 영장을 발부받았다. 암호화폐 2곳에 보관 중인 이 돈은 은행에 돌려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이번 북한 해커 기소가 북·미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CNN이 주최한 타운홀미팅에서 중국의 인권유린 행태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과 관련 미국이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인권문제도 건드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바이든 시대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거란 지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