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춘제(중국 설) 대목에는 극장가만큼이나 중국 웹영화 시장도 뜨거웠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웹영화 보기'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 '춘제 대목' 노린 웹영화···43편 줄줄이 온라인 개봉
중국 봉황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를 앞두고 처음으로 '춘제 대목맞이 중국 웹영화 개봉' 행사가 공식 출범했다.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 지도 아래 중국영화가협회 산하 웹영화공작위원회가 중국 3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텐센트·유쿠와 손잡고 주도한 행사다. 이번 행사로 올해 춘제 연휴에는 모두 43편의 웹영화가 3대 플랫폼을 통해 개봉하게 됐다.
이 중 적극 미는 웹영화 두 편은 소림사지득보전기(少林寺之得寶傳奇)와 발재일기(發財日記)다. 웹영화지만 극장가 개봉 영화 품질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림사지득보전기는 '동방불패'로 유명한 감독 탕지리(唐季禮)가 메가폰을 잡고, 왕바오창(王寶强), 니다훙(倪大紅) 등 유명배우가 총출동한 코믹 무술영화다.
쑹샤오바오(宋小寶)가 감독, 주연배우를 맡은 발재일기는 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 초기 선전을 배경으로 했다. 동북 지역의 두 형제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선전에 와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중국 영화 평론사이트 더우반 영화 평점은 15일 오후 6.1점으로 극장 개봉 영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웹영화 시청 회원가는 영화 1편당 6위안, 비회원은 12위안으로, 극장보다 저렴하다.
아직 춘제 연휴 웹영화 박스오피스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영화예매 사이트 먀오옌 통계에 따르면 영화 발재일기는 온라인 상영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시청횟수가 3835만4000회에 달했다. 회원가격으로 계산하면 이틀새 2억3000만 위안(약 395억원)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 코로나19로 촉발된 웹영화 열풍···지난해 모두 784편 개봉
중국에서 웹영화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다. 지난해 춘제 연휴 극장가는 일제히 '봉쇄'됐다. 당시 춘제 연휴 최대 기대작이었던 '로스트 인 러시아(중국명·囧媽)'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트댄스와 손잡고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개봉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꿔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에도 반년 가까이 극장가가 폐쇄되면서 중국인들이 온라인으로 영화를 즐겨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예 공식석상에서 "영화는 영화관이 아닌 인터넷으로 보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지난해 중국 웹영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0년 중국 웹영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에서 모두 1089편의 영화를 개봉했는데, 이 중 웹영화 개봉작이 784편으로, 전체 개봉작의 72%를 차지했다.
웹영화 중 박스오피스 1000만 위안 수입을 돌파한 영화가 79편으로, 전체 웹영화의 10%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갑절로 늘어난 수치다. 이들 박스오피스 1000만 위안급 영화가 벌어들인 수입은 모두 13억9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25% 급증했다.
과거 웹영화는 저예산의 저질 영화라는 인식도 차츰 사라지고, 극장가 개봉 영화만큼이나 품질도 좋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웹영화 시장에서 예산 300만 위안 이하 영화 비중은 40%로, 전년도 51%에서 10% 이상 줄어든 대신, 예산 600만 위안 이상의 영화는 34%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