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극장가에 춘제(중국 설) 대목이 돌아왔다. 지난해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설 대목을 몽땅 날려버린 극장가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역대 춘제 연휴 사상 최고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깰 것으로도 예상된다.
◆ 나흘새 8600억 박스오피스···2019년 신기록 깼다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데이터 제공앱 덩타(燈塔)에 따르면 14일 자정 기준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매출(예약판매 포함)이 50억 위안(약 8600억원)을 돌파했다.
춘제 연휴 이튿날인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 연속 일일 박스오피스 10억 위안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어 13일, 14일 박스오피스도 각각 13억 위안, 11억 위안으로 모두 10억 위안을 돌파했다. 춘제 연휴 사흘 연속 10억 위안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극장 좌석점유율을 50~75%로 제한했는데도 선방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앞서 중국 중금공사가 예상한 올해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전망치 70억 위안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의 2019년(58억 위안)과 비교해 28%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금족령, 비싼 영화티켓이 극장가 살렸다
춘제 연휴 극장가에 사람이 몰린 것은 이미 사전 예매율을 통해 예고됐다. 춘제 연휴 시작 이전인 10일 이미 연휴기간 영화 예매액이 9억 위안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금족령'으로 고향을 가지 못한 채 도시에 발이 묶인 주민들이 극장가로 몰려든 덕분이다.
실제 연휴 기간 상하이 번화가 쉬자후이 한 극장 앞에서 중국인 펑 씨는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고향에 못 내려가고 상하이에서 설을 쇠게 됐다"며 일주일 전에 미리 영화표를 사전에 예매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영화표를 못 구할 뻔 했다"고 말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코로나 금족령이 사상 최강의 춘제 극장가 성수기를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죽을 쒔던 설 대목이 다시 돌아왔다'며 "폭발적 영화 관람 배후에는 코로나19 금족령으로 인한 거리두기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비싸진 영화티켓 가격도 한 몫 했다. 덩타에 따르면 올해 춘제 당일인 12일 영화 티켓 평균값은 50.7위안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2019년과 비교해 5.5위안 오른 것이다. 100위안 넘는 영화표도 비일비재했다. 베이징 차오양구 한 영화관에서는 황금시간대 영화표를 1장에 무려 680위안에 팔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당인가탐안' 신기록 행진···'안녕 리환잉' 무서운 뒷심
춘제 연휴 개봉한 영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당인가탐안3(唐人街探案3)' 박스오피스 수익이 14일까지 26억 위안을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니하오, 리환잉(妳好,李煥英)' 11억1500만 위안, '척살소설가(刺殺小說家)' 3억2300만 위안이 그뒤를 이었다.
특히 당인가탐안3은 올해 양대 신기록도 세웠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0억 위안을 돌파하며 전 세계 영화를 통틀어 일일 최다 박스오피스 기록한 데 이어, 개봉 첫날 관객 수도 2000만명에 육박하며 중국 극장가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미스터리 탐정 코믹영화 당인가탐안3은 일본 도쿄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사인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번득이는 추리와 유쾌한 액션으로 풀어냈다. 당인가탐안3이 대박을 터뜨리며 천쓰청 감독은 중국 첫 누적 박스오피스 100억 위안 돌파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안녕 리환잉'의 뒷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5일 하루 박스오피스만 기준으로 따지면 이미 당인가탐안3을 따라잡았다.
안녕 리환잉은 2016년 중국 예능프로 '희극총동원'에서 인기몰이했던 동명 단막극 코너를 영화로 각색했다. 당시 단막극에 출연했던 중국 희극배우 자링(賈玲), 장샤오페이(張小斐)등이 영화에 총출동했다.
모친을 잃고 슬픔에 잠긴 여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해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 어머니와 만나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감동과 재미, 둘 다 잡았다는 입소문을 타며 관객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15일 오후 중국 영화 평론사이트 더우반에서 안녕 리환잉은 평점 8.3점으로 가장 높다. 당인가탐안(5.8점)보다 훨씬 높다. 베이징청년보는 "안녕 리환잉이 입소문에 힘입어 춘제 연휴 극장가 최대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척살소설가는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판타지 스릴러다. 아버지가 유괴당한 딸을 찾기 위해 소설가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