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택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4 대책이 가시화될 만한 공급대책을 담고 있지 않아 정부가 공언한 서울 30만 가구 물량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청약제도 개편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인한 매수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난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매 수요가 꺾이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전셋값 부담 때문에 매매를 선택하거나 더 늦기 전에 중저가 주택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거래는 어렵지만 집값이 우상향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는 계속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4 대책은 기본적으로 실물 주택이 단기에 공급될 수 없는 정책”이라면서 “매매든 전세든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생겨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당장 1~2년 안에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집값은 중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공공’ 폭탄을 떨어뜨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커져 당분간 거래절벽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거래가 끊기면서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는 가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눌려 있는 가격은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순간 폭발적으로 날아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가격 급등은 없지만 하락 분위기 반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2·4 대책 이후 매도자,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급등은 없을 것”이라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전세 거주자들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고, 매매자도 매매를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가 없더라도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하락할 반전 포인트도 없다”고 예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이사는 “똘똘한 한 채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해가 될 것”이라면서 “부동산 자산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 부동산 대책의 현금청산, 서울시장선거 등 다양한 이슈가 중첩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주요 지역, 단지마다 최고가와 최저가가 혼재된 변동성이 심한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설 연휴 직후 새 학기 이사철이 다가오는 데다 서울 노량진, 경기 남양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의 사전청약이 7월부터 진행되는 만큼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가격을 지탱해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4 대책이 나오면서 신규 택지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공공주택 일반추첨제가 신설되면서 청약 문턱이 완화된 점도 전세수요를 고착화하게 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곧 이사철이 시작되기 때문에 전·월세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매매는 6월 양도세 중과 전까지 팔아야 하는 매물 외에는 당분간 거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강보합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2023년 공급대책에서 예고한 물량이 풀리기 전까지는 집값이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함 랩장은 “정부의 추가공급대책 물량과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자들이 계속 전세 수요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임대차법으로 전세 가격만 이원화돼 신규 임대차를 알아봐야 하는 사람들만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매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전세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세가격은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1~2년 이내에 공급할 수 있는 전세물량을 풀지 않는다면 올해도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특히 일자리 업무지구 근처, 역세권, 서울 청약을 기다리는 서울 외곽이나 서울과 아주 근접한 인천과 경기도 등지 가격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팀장은 “전세가 품귀한 상황에서 2·4 대책이 이도 저도(매매, 전세) 못하게 만들어 놨다”면서 “당장 시장이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분양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으로 멈춘 매매가격을 급등한 전셋값이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매맷값 상승은 시기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