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 이어 KT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클라우드 컨택센터 솔루션 사업에 나선다. 양대 이동통신사들이 탈통신·디지털전환(DX)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초기 클라우드 상품으로 컨택센터를 선택해 주목된다. 네이버클라우드같은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도 함께 뛰어든 이 시장에 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혼전이 예상된다.
컨택센터는 소비자가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정보요청, 문제·불만사항 등을 상담·접수하고 해당 과정과 처리 결과를 안내하는 창구다. 컨택센터 운영사는 상담인력의 실시간 상담 업무 수행과 상담내역 관리, 사후 분석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 분야에 특화된 컨택센터 솔루션을 기업의 전산시스템과 사업장에 구축·운영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컨택센터 소프트웨어 시장이 작년 205억달러 규모였고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21.1%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세계 클라우드 기반 컨택센터 솔루션 시장이 작년 115억달러(약 12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5년까지 3배 이상인 361억달러(약 40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T, 제네시스와 손잡고 AICC 사업 시동…기업용 클라우드 초기 공략 나서
KT는 지난 9일 글로벌 컨택센터 전문기업 제네시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클라우드 기반 AI 컨택센터 사업을 공동추진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KT의 음성인식(STT), 개인화 음성합성(P-TTS), 보이스봇 등 'AI컨택센터(AICC)' 솔루션과 제네시스의 클라우드 컨택센터 플랫폼을 통합한 서비스를 개발한다.
KT는 제네시스와 협력해 개발할 클라우드 AICC 솔루션을 사용시 기업들은 전화상담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직접 고객지원이 필요한 시점을 파악해 상담 절차를 AI에서 인간 상담사로 연계해 넘기는 방식으로 효율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KT의 클라우드 AICC 솔루션 사업 강화는 작년말 예고됐다. KT는 작년 12월 디지털컴퍼니(Digico)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B2B·AI/DX조직 취지의 2021년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확대해 B2B사업 지휘를 맡겼고, 컨택센터 시장을 공략할 'AICC사업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이달 들어 KT의 AICC 솔루션 사업 확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일 KT는 현대홈쇼핑과 업무협약을 맺고 고객센터 이용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AICC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고객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담업무를 개선하고 현대홈쇼핑 유통시스템·고객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모델도 발굴하기로 했다.
당시 KT는 AICC 솔루션에 포함된 STT, P-TTS, 텍스트분석, 대화엔진 기술은 기업의 컨택센터 업무 전체를 최적화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본인인증 절차에 AI 목소리 인증 기능을 도입하거나, 단순상담 응대용 AI챗봇을 구축하고 상담업무 지원을 위한 실시간 AI 전문상담 코칭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은 "코로나로 인해 홈쇼핑 업계를 비롯한 비대면 유통 시장의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대홈쇼핑과 협력해 AI 콘택트 센터 도입 및 AI 기반 신규 서비스 개발 등 홈쇼핑 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AICC 시장 먼저 뛰어든 SK텔레콤·아마존웹서비스…완전 종량제로 비용절감 강조
KT에 앞서 클라우드 기반 AICC 솔루션 사업에 먼저 뛰어든 이동통신사가 있다. SK텔레콤이 작년 10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완전 종량형 클라우드 컨택센터 서비스(이하 스마트 컨택센터)'를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 역시 전화·채팅 등 고객 상담 요청 방식에 맞춰 최적의 응대를 지원하기 위한 클라우드 AICC로 묘사됐다.
SK텔레콤과 AWS의 스마트 컨택센터도 AWS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SK텔레콤이 보유한 STT·TTS·챗봇 등 AI기술을 함께 활용한다. 상담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컨택센터 구축을 위해 별도의 전산시스템·솔루션 구축 투자 비용과 기간을 들이지 않고 1~2일만에 가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 컨택센터의 이점으로 소개됐다.
스마트컨택센터의 과금 방식이 차별화 요소로 부각됐다. 기업이 실제 고객응대를 한 만큼만 비용을 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SK텔레콤 측은 "구축형 콜센터나 상담 좌석당 고정비용을 과금하는 월정액 콜센터 대비 최대 8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모바일인프라(VMI) 기반 원격근무를 통해 상담원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제시됐다.
당시 SK텔레콤은 커머스·통신사·스타트업 고객센터를 대상으로 스마트 컨택센터 서비스 검증을 마쳤고 금융·유통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솔루션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WS와의 공동 마케팅·프로모션과 함께 솔루션 개발 및 운영을 맡는 한일네트웍스와 서비스 생태계 확대에도 나선다고 예고했다.
이용익 SK텔레콤 5GX B2B사업개발담당은 "스마트 컨택센터는 SK텔레콤이 AWS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첫번째 서비스형 클라우드 상품"이라며 "고객센터 구축과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소호(SOHO) 사업자·스타트업 및 기존 콜센터의 비용 절감 니즈가 높은 중대형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AICC를 활용한 현대홈쇼핑 컨택센터혁신사례가 확산되면 향후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클라우드·AI 기술 기반 컨택센터 산업 내 DX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단순 클라우드 기술 활용을 넘어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담업무효율 개선과 고객만족도 향상 효과가 솔루션의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기반 B2B 기업 네이버클라우드도 뛰어들어…보험업계 협력 통해 입지 확대
AICC 시장은 이미 인터넷 비즈니스 중심의 클라우드 기업들에게도 전략적인 요충지로 떠올랐다. 일례로 네이버클라우드가 KT보다 먼저 클라우드 AICC 상품을 강화하고, 금융·보험업계 수요 선점에 나섰다. 이 시장에서 네이버클라우드의 신무기는 AICC 솔루션인 '클로바 에이아이콜(CLOVA AiCall)'과 클라우드 STT 서비스인 '클로바 스피치(CLOVA Speech)'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작년 11월 클라우드서비스 신상품으로 클로바 에이아이콜과 클로바 스피치를 출시했다. 클로바 에이아이콜은 상담사 기본업무 지원, 고객 감정분석, 문서요약, 상담내 키워드추출 등 기능을 제공한다. 반복문의나 불완전 판매 모니터링 과정에 AI 상담사를 투입함으로써 인간 상담사의 업무 효율과 전체 상담품질 개선을 지원한다. 함께 출시된 클로바 스피치는 장문의 음성을 AI로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기술 '네스트(NEST·Neural-End-to-end Speech Transcriber)'가 적용된 상품이다. 클로바 스피치는 방송영상이나 오디오클립 등의 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자동 받아쓰기 기능을 제공한다. 클로바 에이아이콜과 연동되거나 고품질 음성인식이 필요한 업무에 적용될 수 있다.
클로바 에이아이콜은 네이버 고객센터에 이미 적용돼 있는 기술을 B2B 상품화한 것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상품을 정식 출시하기에 앞서, 10월 말부터 금융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서비스 전반에 네이버클라우드를 도입하고 클로바 에이아이콜 솔루션을 적용, 고객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네이버클라우드는 작년 10월말 동양생명과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서비스 전반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동양생명은 네이버클라우드 금융전용 클라우드, 클로바 에이아이콜 솔루션을 활용하고 퇴직연금사업자 중 최초의 AI기반 클라우드 컨택센터도 구축과 운영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11월 중순께 미래에셋생명에도 클로바 에이아이콜 솔루션과 금융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고 임직원 업무 효율 개선과 비대면 업무 혁신 등 금융권 DX 수요 공략 행보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