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결제원, 카드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오픈뱅킹 참여를 위한 카드사 분담금 규모를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과 결제 등을 할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을 말한다. 오픈뱅킹은 시중은행과 금융결제원이 함께 전산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다른 금융사들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망 이용 비용(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당초 카드사들은 지난해 8월 구축된 오픈뱅킹 TF를 통해 지난해 말 중에 분담금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결정 시한을 지난 1월로 한 차례 미뤘다. 이후 지난달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카드사 분담금 협의는 계속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TF는 이번 설 연휴가 끝난 뒤 한 차례 더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이달 말 진행되는 금결원 총회에서 카드사 분담금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일찌감치 오픈뱅킹 도입을 마친 시중은행과 증권사, 상호금융권 등 다른 금융권은 모두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보유 계좌수 및 계좌 잔액 총합에 비례해 오픈뱅킹망 분담금을 내고 있다. 다른 금융사들은 계좌가 없는 카드사 역시 이에 준하는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자기자본 규모 등에 비례 납부하는 선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드사들은 공유할 계좌정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증권사, 상호금융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 상호금융업권의 분담금은 4억~12억원으로, 오픈뱅킹 은행협의체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금결원 총회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다른 금융권이 증권사, 상호금융보다 낮은 분담금은 과도하다는 불만을 내비치면서 최종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른 시일 내에 분담금 문제를 마무리 짓고, 오픈뱅킹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카드사들은 오픈뱅킹 참여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제대금 납부, 결제금액 조회 등 한정적으로 사용됐던 카드사 모바일 앱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연동되면 계좌이체, 예·적금 조회, 카드대금 납부관리 등으로 활용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오픈뱅킹은 기존보다 펌뱅킹 수수료가 낮아 카드사들은 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카드결제 잔액 조회 등을 위해 카드사 모바일 플랫폼에 접속했다면, 오픈뱅킹 도입 이후에는 증권계좌, 예·적금 등 여러 금융 계좌까지 카드사 앱에서 연결·관리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려 ‘록인효과’를 얻을 수 있고 펌뱅킹 수수료를 낮춰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