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11월까지 누적 수익률은 6.50%(금융부문 기준)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을 시작한 1988년 이후 누적 수익률인 5.86%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에서 20.39%라는 높은 수익률이 발생했고 해외주식 운용수익률도 8.36%로 양호했다. 반면 국내채권에서는 1.92%, 대체투자에서는 0.65%의 수익이 났으며 해외채권 투자에서는 0.34%의 손실을 기록했다.
2일 지난해 운용실적을 발표한 한국투자공사(KIC)도 13.7%라는 높은 전체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역시나 주식 부문에서 19.2%라는 높은 수익률이 형성됐다.
이 밖에도 공무원연금공단의 지난해 금융자산 운용수익률은 5월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이후 반등해 연말엔 9.6%까지 상승했다. 2019년 전체 수익률인 8.0%를 뛰어넘었다. 사학연금도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7.87%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전체 수익률인 10.94%에는 못 미치지만 2018년의 -2.45%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연기금의 우수한 투자수익 성적표는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가 만들어낸 유동성 랠리 덕분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각국 정부도 전례없는 완화적 재정정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어마어마하게 풀린 시중 유동성은 주식시장 등으로 유입되면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해 연간으로 16%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무려 44%나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3월 중 1400포인트대까지 하락했던 코스피지수가 2800포인트대에서 연말 거래를 마치며 전년 대비 3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국내 연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펼칠 수 있었다.
최희남 KIC 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얻은 주된 요인으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시장 자산가격이 올라간 점을 꼽았다. 최 사장은 “KIC가 운용을 잘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 확장정책을 펼친 데 따른 유동성 공급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들의 수익률이 지난해 초반에는 대체로 좋지 않았는데 이후 시장이 반등하면서 동반 상승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시장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어떻게 자산 배분을 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