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이후 제도 개선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도입 이후 50여년이 지났지만 공매도 제도의 기능과 필요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부족했던 탓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공매도는 지난 1969년 신용대주의 형태로 처음 국내에 도입됐다. 당시엔 개인투자자에게만 허용되고 대주에 대한 제약도 많아 거래가 부진했고, 시장 자체도 형성되지 못했다. 도입 이후 유명무실했던 공매도가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당시 코스피200 선물옵션시장 개설과 함께 한국거래소 상장 종목에 대한 기관투자자들간의 대차가 허용되며 공매도 시장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공매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강화는 2000년 무렵부터 시작됐다. 다만 제도의 기능에 대한 검토보다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내용이 수정되거나 규제가 강화되는 땜질식 처방이 이어져왔다. 2000년 발생한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결제불이행 사태는 무차입 공매도의 문제점이 처음 부각된 계기로 꼽힌다. 당시 우풍금고는 코스닥 상장사 성도이엔지 주식 35만주를 공매도했으나 주가가 급등한 뒤 주식 매입에 실패했다. 이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함께 직전 체결가보다 높은 가격에만 공매도 호가를 허용하는 업틱룰 등을 도입했다.
2018년 일어났던 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와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건은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개 종목(401억원)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규모의 과태료인 75억480만원을 부과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주당 1000원의 현금을 실수로 주당 1000원의 주식으로 바꿔 배당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공매도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이었으나 '기관들은 없는 주식도 만들어서 팔 수 있다'는 인식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자리잡게 됐다.
당시 금융당국의 대처도 불신을 키웠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이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이들의 주식잔고와 매매를 적발을 위한 실시간 잔고 및 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2년이 흐르는 동안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한국거래소에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당시 제도 개선안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방안을 무리해서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검토 결과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재개 시점과 별개로 이번 기회에 공매도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나라마다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매도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에도 일리는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제도적 보완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