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발언들인데,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정부의 이 같은 경제 인식을 두고 일제히 “위험하다”고 말한다.
내수 부진, 고용 절벽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경제는 침체돼 왔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2%대의 잠재성장률마저 위협받으면서 이미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는 진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우리 실물경기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처음이다. 정부도 지난해 역성장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올해 2%대 성장을 점친 국제기구보다 높은 정부의 3.2% 전망치 밑에는 코로나 방역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작년 4분기 수출도 3분기 대비 5% 이상 늘며 다른 선진국보다 선방한 점도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힘을 보탰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정부의 자신감도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정부 예상처럼 코로나 이후 우리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고 강한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코로나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정부의 인식은 위험할 수 있다”며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정부는 잠재성장률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제 회복 여부가 코로나 방역에 달려 있는 건 맞지만 4차 대유행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을 시작해도 집단 면역은 오는 11월에 생길 것이란 정부 예상만 봐도 코로나 회복 시기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올해 성장률을 대부분 3% 정도로 전망하는데, 작년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올해 3% 성장한 것만으로는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없다“며 “여전히 코로나19가 남아 있는 만큼 경기 회복 전망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출과 달리 내수(소비·투자)와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경제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한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경제지표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 착시로 우리 경제를 더 곪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용근로자를 보면 2019년 1421만6000명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던 2020년 1452만1000명으로 증가했지만 임시·일용근로자는 같은 기간 622만4000명에서 581만1000명으로 급감했다”며 “임시·일용직이 줄어 상용직 비중이 늘어난 것을 고용구조가 개선됐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올해 성장률이나 취업자 증감 등 좋아지는 지표들만 보면 경제를 잘못 해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과 제고 방안'을 통해 국내 잠재성장률이 2021~2025년에는 2%대 초반, 2026년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2%대에서 1%대로 떨어지는 시기는 더 짧아질 것”이라며 “생산성, 노동력 감소에 대비해 기술 혁신 등 신 산업 육성으로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보다 장기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