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김여정, 여전히 北 '2인자'…북·미 실무협상 나설 가능성은?

2021-01-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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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보텀업' 방식 新 대북 전략 채택 예고

"'해리스-김여정' 북·미 권력 2인자 협상 이뤄져야"

통일부 "김여정 지위 강등에도 실질 영향력 지속"

"김여정, '오빠' 김정은 대변하는 역할에 그칠 것"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AP·연합뉴스(왼쪽),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을 전면 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예고했다.

26일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이 정상 간의 만남부터 이뤄지는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이 아닌 실무협상부터 단계적 접근으로 풀어가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느냐다. 북한은 지난 12일 마무리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미국의 집권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미국은 북한의 ‘최대 주적’이라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시사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권 교체를 계기로 한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에서 각각 권력 2인자로 꼽히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의 만남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성장 미국 월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NI) 기고문을 통해 북·미가 해리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의 회담을 통해 비핵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해리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 간 협상을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의 톱다운 방식과 보텀업 방식을 절충한 새로운 방식”이라며 “미국의 공식적 2인자와 북한의 실질적 2인자가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상응조치에 대해 먼저 긴밀하게 협의한 후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발표하는 방안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연합뉴스(왼쪽),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미 양측의 권력 2인자가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과 김 위원장도 ‘노딜’ 가능성이 없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입장을 주로 대변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제8차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 지도부에서 핵·미사일 개발 책임자의 매우 높은 지위와 외무성 관료들의 낮은 위상을 고려할 때 미국 국무부가 파워 없는 북한의 외무성을 상대로 실무협상을 진행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성과주의식 인사에 따라 현재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 군수 부문 관련 당 간부들은 고속 승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외무성 간부들의 지위는 강등됐다.

이 때문에 외무성 관료들이 북·미 실무협상에 나서더라도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대미(對美) 업무에서 실질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백두혈통’인 김 부부장이 실무협상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 북한 입장에서 국무부 장관보다 실세 중의 실세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북정책을 총괄하면 미국이 그만큼 북한과의 협상을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익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자로 나서지 않을 거란 지적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국정 전반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초점은 북한이 아닌 이란에 더 쏠려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부부장이 대미업무 실무자보다는 오빠인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는 촉진자 역할에 더 집중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캔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의 협상 방식은 아무것도 합의할 수 없는 사람을 협상장에 보낸 뒤 메시지를 받아 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직접 협상자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비핵화 협상) 이후에 김여정 같은 더 중요한 사람이 상대방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가져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이라는 상징성을 활용하고자 필요할 경우 김 부부장의 지위를 격상 시켜 협상단에 포함할 수는 있겠지만, 협상은 최 부상 등과 같은 외무성 관료들이 맡을 거란 얘기다.

사라 보글러 CNA 연구원도 김 부부장이 ‘김씨 일가 대표’로 협상 장소에 나타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하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한편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부부장의 공식 지위는 강등됐지만, 대남·대미 등 대외사업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역할과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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