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향후 5년 간의 PIF는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PIF는 국내 경제 개발에 연간 400억 달러를 퍼붓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비석유산업의 GDP 규모를 3200억 달러로 늘리고, 해당 산업의 일자리를 180만개 창출하는 것이 목표로 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국영 TV로 방송된 연설을 국부펀드를 사우디의 경제 변화와 다양성을 위한 주요 촉매제로 만들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어 이날 PIF 자산이 지난해까지 1조5000억 리얄(약 440조원)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만약 향후 5년 무함마드 왕세자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PIF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의 규모를 늘리는 데 이어 PIF는 향후 10년에 걸쳐 3조 리얄(약 880조원)을 새로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초 무함마드 왕세자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인 탈탄소 도시 '더 라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PIF 미래 운영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탈석유 계획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PIF가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이익이 많은 회사 중 하나라는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 펀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대형 국책 사업의 자금줄이다. 건설, 사회 인프라와 같은 전통적 분야 외에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야세르 알루마얀 PIF 총재는 "지난 4년간 PIF는 비전 2030과 함께 사우디 경제에 큰 기여를 해왔으며, 2020년말까지 우리의 자산은 거의 4000억 달러로 3배 정도 늘었다. 또 10개의 새로운 섹터와 직·간접적으로 33만 1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사우디의 경제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또 미래의 기회와 산업 발전의 중요한 촉매가 되기 위해 전세계의 혁신적인 기업들과 손을 잡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알루마얀 총재는 "우리 전략의 핵심은 삶의 질을 높이는 인간의 미래를 지원하고, 경제·환경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새로운 섹터와 일자리를 개발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알루마얀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의 규모는 향후 더 커질 수 있다"면서 "(PIF는)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알루마얀 총재는 사우디의 무함마드 왕세자의 측근이기도 하다.
◆사우디의 공격적 탈탄소
사우디의 공격적인 탈탄소 개혁 의지는 이달 초 나온 신도시 프로젝트 계획에서도 읽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10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탄소배출 제로’ 신도시 프로젝트 ‘더 라인’을 공개했다. 170㎞에 달하는 벨트 구역으로 이뤄진 '더 라인'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며, 도로도 없다. 주거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예를 들면 학교, 병원, 쇼핑 시설 등을 주거지에 근접하게 만든다. 도보로 접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차가 없는 도시의 이동 수단을 맡는 것은 공공교통망이다. 인공지능 체계로 통제되는 교통망은 주민들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다. '더 라인'은 지난 2017년 발표된 대규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네옴’의 일환이다. 당시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의 북서쪽에 2만6500㎢ 규모로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신도시를 만들면서도 일대 자연환경의 95%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미래지향적 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공개된 라인 프로젝트는 10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투자자는 PIF다. 알루마얀 총재는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이 채권, 대출, 외부의 투자와 더불어 4000억 달러에 달하는 PIF의 주식 등을 통해 조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PIF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도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외부에서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상업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모니카 말리크는 앞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내 개발은 PIF가 주도하겠지만 외부 자금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저유가로 사우디 재정이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해외시장에서 국채를 매각해 약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저유가에도 한동안 국외 자본시장 자금 차입을 멀리했지만, 최근에는 해외 시장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함마드 왕세자가 내놓은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우디의 '미래 지향' 청사진에 비관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