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가속화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북 관계 개선과 전작권 전환이 걸린 3월 예정 한미연합훈련 간 이해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 폐막한 제 8차 당대회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이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화답한 상황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1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적극적인 정책협의를 통해 전작권 전환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관심을 제고시켜 전작권 전환의 우선순위를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미 간에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FOC △3단계 FMC 검증평가를 완수해야 한다. 서 장관의 전날 업무보고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계획대로 마치고, 하반기 연합훈련(8월쯤)에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받겠다는 계획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FOC에 이어 FMC까지 진행돼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요건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서 장관은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이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이는 국방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 목적의 훈련을 구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기동훈련을 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연합 지휘소(CPX) 훈련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본토에서 병력을 동원해 야외 훈련을 하기 힘든 현실과 예년에도 CPX를 실시해왔다는 점에서 '북한 눈치보기' 등의 비판에 대한 부담도 적다.
그러나 FOC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예행연습 수준에서 마무리된 바 있기 때문에 올해 역시 실제 기동훈련이 생략됐을 경우, FOC 검증에서 미국 측의 긍정적 평가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올해 FOC의 조기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