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산업은 향후 20~30년 내에 석유 산업을 추월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물 관련 산업계의 종사자들이 끊임없이 얘기하는 전망이다. 그만큼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가 핵심산업으로 물 산업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해 관련 산업의 기술 배양에 힘쓰는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물 관리 대표주자로서 관련 기술의 수출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5번째로 규모가 큰 세계 물 산업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30년 사회기반시설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는 1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통신 8조2000억 달러, 교통 5조 4000억 달러, 전기 4조 2000억 달러를 앞서는 수준이다.
특히, 세계 물 산업은 석유, 자동차, 전력, 정보기술(IT) 분야에 이어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산업으로 꼽힌다.
물 산업에 대한 기대는 선물 거래로도 이어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물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물의 선물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다.
캘리포니아주의 4개 지하수와 1개 표층수의 거래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나스닥 베일스 캘리포니아 워터 인덱스'가 벤치마크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만큼 미래에 필요한 용수 확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수자원공사, 물 산업 대표주자 나서
물 관리 대표주자인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글로벌 물 산업 시장 공략을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수공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과 발맞춰 '세계 최고 물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디지털 비전 2030'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같은 '디지털 비전 2030'을 선포한 수공은 현실과 동일한 가상모델인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물관리 시설 운영 관리에 활용하고, 정수장·수도관망·댐 등 운영 과정에서의 종합 판단에 인공지능(AI) 모델도 도입한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개방하고 디지털 성능시험장(테스트 베드)을 마련해 국민 누구나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체계도 갖춘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과감한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세계 최고의 물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도 물리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 성장
대구에 설립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의 성장세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눈에 띈다.
입주 기업 가운데 ㈜썬텍엔지니어링과 ㈜미드니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88%, 77%씩 늘었다.
㈜썬텍엔지니어링은 다항목 수질계측기를 최초로 국산화한 기업으로 알려진다. 국내 각 지자체 상수도본부에 각종 수질계측기를 납품한다. 해외 수출에도 힘을 쏟는 기업이다. 지난해 6월에는 혁신형물기업 10개사에도 포함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미드니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공장을 지은 수처리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이 기업이 내놓은 '자동역세필터'는 수도권 정수시설의 깔따구 유충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다.
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전 세계 물 산업 시장을 타깃으로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물 산업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갖춰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유망 산업인 만큼 현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물 산업 최말단은 영세기업, 전방위 성장 정책 필요
전 세계 물 산업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관련 산업의 최말단에 놓여있는 영세기업들은 이같은 기회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분야가 바로 상하수도 업계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상업시설이 개점폐업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연쇄적으로 상하수도 업계가 불황을 맞았다.
상하수도 업계 한 관계자는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식당 등 상업시설에서 수요가 발생하지 않다보니 시장이 급랭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이 분야 업종은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업을 이어나갈 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상하수도 부품업체들은 쪼그라든 내수 시장에 의존하다보니 매출 올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얘기도 들린다. 수출은 언감생심이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부품 규격이 해외 시장에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마련된다면, 영세한 부품 산업 역시 물 산업 확대라는 배 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