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 열풍에 국내 증권사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해외 주식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57개 증권 회원사들이 벌어들인 외화증권수탁 수수료는 총 3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의 2224억원에서 78%가 늘었고, 1년 전 같은 기간에 기록한 1253억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게 급증했다.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을 올린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였다. 1039억원을 벌어 전년 동기(371억원) 대비로 3배가량 수익이 늘었다. 그 뒤를 삼성증권(869억원), 키움증권(474억원), 한국투자증권(417억원)이 이었다. 키움증권의 경우 2019년 3분기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이 33억원 이었으니 1년 만에 무려 14배나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의 '서학개미 모시기’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해외 주식투자 전용 앱을 출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수료 및 환전 우대, 현금 지급 이벤트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6년간 해외주식 거래가 없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을 거래할 경우 최대 100달러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 종목 시세를 무료로 실시간 제공하고 최대 95%의 환전 우대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 계좌(은행에서 개설하는 제휴 계좌)로 해외 증권 거래를 처음으로 신청하는 고객에게 환전 우대 및 0.1%의 국내 수수료를 적용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오는 6월 말까지 0.07%로 특별인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주식 전문 앱을 통해서 투자 정보도 제공한다.
KB증권은 환전 없이 원화로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글로벌 원마켓 서비스, 미국 주식 무료 실시간 시세 서비스인 ‘실시간 Lite’ 오픈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외투자자들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 KB증권에서 해외주식 거래가 없었던 신규 개인고객 중 주 별 이벤트 신청 및 신청 주간 내 해외주식 1주 이상 체결을 모두 충족한 고객을 대상 대상으로 2/28일(일)까지 KB증권이 선정한 미국 유망 주식을 받을 수 있는 ‘해외주식 추첨 증정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은 환율 우대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실시간 해외 주식 관련 번역 뉴스 서비스를 실시한다.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거래 가능 국가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1개국으로 확대하고 미국 주식투자자들을 대상으로는 최소 수수료를 폐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과 중국(선강퉁, 후강퉁), 홍콩시장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소 수수료를 폐지했다.
유안타증권은 연 6% 수준인 해외주식 통합증거금 서비스 이용료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교보증권은 미국주식을 거래할 때 사전에 환전 없이 바로 원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잔치 분위기에서 소외된 중소형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금투협 57개 증권 회원사들 가운데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23개사로 절반에 못 미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증권사들의 서학 개미 유치 전쟁이 본격화되는 것 같은데, 나라별로 주식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맞춰야 하고 제휴 증권사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준비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또 전산 작업과 해외 주식을 추천해줄 인력 등에도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