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39] 문화재청 국보 지정 '허점 투성이'<2>

2021-0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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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인 편찬 고서 5건이나 국보로 지정되다니···

『고려사』는 지방문화재, 『통국통감』은 미지정 문화재

중국 사찬 고서는 내리고 한국 관찬 정사는 올려라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한국의 국보 총331건: 1위;자기 69건, 2위;불상 38건, 3위;탑 33건 4위;불경 31건(1)*
일본의 국보 총1194건: 1위;서적 331건, 2위;공예품 254건, 3위; 건조물 227건
*한국 국보 서적17건(사찬 중국고서 5건 포함)

∙ 『동국통감』을 편찬하여 올렸는데, 임금이 보고 전교하기를, "이 책은 진실로 만세(萬世)에 남길 만한 것이다 –성종 1484년 11월 13일

문재인 정부의 문화재청을 칭찬하겠다.

2020년 4월 29일 문화재청은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 병'을 국보에서 지정 해제했다. 감정결과 조선 백자가 아니라 중국 원나라 백자였기 때문이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1974년 7월 국보로 지정되었던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누군가(미상) 일본인 골동품상 아마쓰 모타로(天池茂太郞)에게 300엔을 주고 구매했다는 유물이다.
 

국보 168호에서 해제된 원나라 백자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국보는 나라의 보배다. 국보의 ‘國’이 한국이라면 당연히 한국의 문화재를 우선 지정해야 할 것이다. 자기류 말고 다른 종류의 국보는 어떠한가? 궁금했던 필자는 지난 달포간 국보 1호 숭례문부터 334호 기사계첩까지 총 331건(2)*을 들여다 보았다.

국보 총331건 중 불경(31건)을 제외한 고서적 17건(3)* 중 5건이나 중국의 개인이 편찬한 사찬(私撰) 고서(송宋2, 요遼1, 원元2)이다. 초상화 4건 중 3건이나 중국화가 작품이거나 작가 미상이다.

국보는 자기류만 우리나라 것이어야 하고 서적류나 초상화는 남의 나라 것이어도 괜찮은 건가?

◆중국의 개인 편찬 고서 5건이나 국보로 지정되다니···

①국보 148-1,2호 『십칠사찬고금통요十七史纂古今通要 권16 권17권』: 송말 원초에 활동했던 학자 호정방(胡庭芳)이 『사기』, 『한서』로부터 오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대의 17정사(正史)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선별·요약하고 자신의 논평을 덧붙여 편찬한 책이다. 1973년 7월 10일 지정.

②국보 149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東萊先生校正北史詳節 卷四, 五 권6』: 송나라 여조겸의 엮어 펴낸 교편(校編)이다. 책의 상태를 보면 습기로 인해 표지가 퇴색했으며, 문자가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1973년 7월 10일 지정.

③국보 150호 『송조표전총류宋朝表牋總類 권7』: 송나라의 명신들이 황제에게 올린, 시정에 관한 각종 표문과 전문 중에서 뛰어난 것을 뽑아 편찬한 책으로, 편찬자는 미상이다.(4)* 1973년 7월 10일 지정.

상술한 국보 3건은 모두 박정희 유신 시대 지정된 것으로, 중국의 개인이 편찬한 사찬 고서이다. 경성제대 법문학부 조선사 교수, 국사편찬위원장 역임한 이병도 (1896~1989년) 당시 진단학회 평의원 의장 추천으로 알려졌다.

④국보 제283호 『통감속편(通鑑續編)』, 원나라시절에 진경(陈桱)이라는 무명 인사가 펴낸 중국
당나라 천복 1년(901년)에서 송나라 상흥 2년(1279년)까지의 사적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경주시 양동마을에서 발견되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위탁으로 국보로 지정되었다. 1995년 3월 10일 지정.

⑤국보 291호 『용감수경(龍龕手鏡) 권3~4』중국 요 나라 성종 15년(997년)에 행균스님이 편찬한 한자의 자전이다.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 언제 중간했는지는 알 수 없다. 1997년 7월 1일 지정.

김영삼 문민정부 시대 국보로 지정된 서적으로, 모두 송 나라와  요 나라 시대 중국 고서적이다. 특히 『통감속편』은 북송(北宋)의 사마광(司馬光)이 1065~1084년에 편찬한 편년체 정사 『자치통감(資治通鑑)』의 속편으로 판본이 많다. 베이징 고서가에 가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개인이 편찬한 사찬사서다.

◆조선 양대대표 관찬 정사 『고려사』는 지방문화재, 『통국통감』은 미지정 문화재

(맨 왼쪽부터)국보148호 십칠사찬고금통요 17권 중국 원나라, 국보1490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권6 중국 송나라, 국보 150호 송조표전총류 권7 중국 송나라,보 제283호 『통감속편 중국 원나라,국보 291호 『용감수경』 중국 요나라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더욱이 우리에게는 『자치통감』을 능가하는 『고려사』와 함께 조선 시대 양대 대표 관찬 정사(正史) 『동국통감(東國通鑑)』(5)*이 있다.

세조 4년(1458년) 세조는 중국의 『자치통감』에 준하는 사서를 편찬하라는 어명을 내린지 27년만에 완성한 성종 16년(1485년)에 완성한 관찬 역사서다. 단군조선에서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했으며 총 56권 28책이다. 국보와 보물은 물론 지방문화재도 아닌 미지정 문화재로 처박아두고 있다.

∙임금이 문신에게 명하여 동국통감을 편찬하게 하였다. -『세조실록』 1458년(세조 4년) 9월 12일

∙ 『동국통감』을 편찬하여 올렸는데, 임금이 보고 전교하기를, "이 책은 진실로 만세(萬世)에 남길 만한 것이다 -『성종실록』 1484년(성종15년) 11월 13일


우리에겐 「자치통감」을 능가하는 만세에 남길만한 정사(正史)가 있는데 하필이면 중국의 이름없는 사찬 사서를 국보로 지정하면 쓰겠는가?

◆중국 사찬 고서는 내리고 한국 관찬 정사는 올려라

(왼쪽) 고려사.(오른쪽) 고려사절요.[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정사(正史)는 국가(國家)에서 편찬한 관찬 사서로, 민가(民家)에서 개인이 편찬한 사찬(私撰) 사서인 야사, 패사 등과 구별되는 말로 쓰인다. 역사적 가치와는 별개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이 책이 이 시대를 다룬 역사서다라고 공인하지 않으면 나머지 역사서는 모조리 야사다.

국보라면 민가(民家)의 개인이 편찬한 사찬사서가 아닌 국가(國家)에서 편찬한 정사가 우선하여야 한다.

또한 설령 중국의 사찬 고서들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재 유산급 진귀 문헌이더라도 남의 나라 고서를 대한민국 국보로 하면 쓰겠는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 다시 한번 문재인정부 문화재청을 칭찬한다.

2018년 2월 21일 문화재청은 『고려사』와 더불어 유이무삼(有二無三)한 기전체 정사 『삼국사기』를 국보 322호로 지정했다.

『고려사』 (6)*(부산시 유형문화재 104호, 2020년 보물지정예고)를 올해에는 반드시 국보로 승격주길 바란다.

그리고 위 중국의 사찬 서적 다섯권을 국보에서 퇴출시키고 그 자리에 다음 네 권의 관찬 정사와 한 권의 사찬 서적을 국보로 지정하길 제안한다.
 
① 『고려사절요』 1452년(문종2년) (경기도 유형문화재 245호) 『고려사』를 축약하여 편찬한 편년체 정사 총 35권 35책.
② 『삼국사절요』 1476년(성종 7년) (비지정 문화재) 완성된 삼국의 흥망과 고려의 건국까지를 다룬 편년체 정사 총 14권.
③ 『동국통감』 1485년(성종 16년) (비지정문화재) 에 완성한 관찬 역사서. 단군조선에서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편년체 정사. 총 56권 28책
④ 『국조보감』 1909년(순종 2년) (비지정문화재) 세종대에 시작하여 순종까지 역대 조선 군주에 후대에 모범이 될만한 사실만을 추려 모아 편찬한 편년체 정사
⑤ 『제왕운기』 1287년(충렬왕 13년) (보물 418호) 고려 중후기의 학자 이승휴가 편찬한 책으로 발해사를 한국사로 인식한 최초의 사찬 사서

대한민국 주권자의 국민의 한 사람인 필자가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한 칭찬의 의미를 문재인정부의 문화재청이 경청하길 바란다. 

◆◇◆◇◆◇◆◇각주


(1)*자기69건 (청자 50건, 백자 12건, 청화백자 7건), 불상 38건(금동불 23건, 석불 8건, 마애불 7건), 탑 33건 (석탑 25건, 승탑8건), 불경31건, 사찰 건축 16건, 석비 16건, 장신구 13건, 불화 12건, 금관 8건, 금속활자 8건, 선사 유물 7건, 마애불 7건 등 순

(2)*국보168호와 국보 274호 귀함별황자총통은 발굴조작사건으로 국보 278호 태종11년 이형원종공신록권부함은 보물로 강등되어 영구결번

(3)*국보70호 훈민정음, 71호 동국정운, 76호 난중일기, 132호 징비록, 148호 십칠사찬고금통요, 149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150호 송조표전총류, 151호 조선왕조실록, 152호 비변사등록, 153호 일성록(정조일기), 283호 통감속편, 291호 용감수경, 303호 승정원일기, 304호 삼국유사, 319호 동의보감, 320호 월인천강지곡, 322호 삼국사기

(4)*박정희 유신정권이 이들 중국B급 사서를 국보로 지정한 다음으로 「조선왕조실록](편년체로 정사에 준함)을 그해 연말 국보 151호로 지정한 처사다(1972.12.31) 잔인한 한국에 대한 일대모욕이다.
 
(5)*『동국통감』은 단군조선에서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사서이다. 총56권 28책의 활자본으로 이뤄졌다. 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기원전 2333년으로 밝히고 있으며, 삼국의 역사를 서술하였음에도 신라의 역사를 추가로 집필하였다는 특징을 지닌다.
 
(6)*고려사'는 한국사상 최고의 명군 세종대왕이 주도해 편찬했다. 1438년(세종 20년), '고려사'를 편찬하기 시작해 1448년(세종 30년)에 완성, 초판을 찍어냈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이 책이 조선 개국의 정당성을 위해 고려왕조를 지나치게 폄하했다고 판단, 김종서와 정인지 등에게 개찬을 하게 해 결국 1451년(문종 1년)에야 완성됐다. 청신했던 조선 초기 최정예의 지성을 집약해 펴낸 '고려사'는 세가 46권, 열전 50권, 지(志) 39권, 연표 2권, 목록 2권 등 총 135권 75책으로 구성돼 있다. 축약본 '고려사 절요(1451년)'를 편찬할 만큼 글자 수 총 336만9623자의 방대하고 세세한 '고려사'는 사료 선택의 엄정성과 객관적인 서술 태도로 세계적인 극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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