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7, 햇살론유스(Youth)의 신규 공급 규모는 총 4조9294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31%나 급증한 수치다.
미소금융의 경우 2019년 3564억원이었던 공급액이 지난해 3899억원으로 뛰었으며, 근로자햇살론은 3조272억원에서 3조3170억원으로 늘었다. 2019년 9월 출시한 햇살론17은 999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공급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난해 첫 공급에 나선 햇살론 유스도 2234억원이나 취급됐다. 정책금융상품을 연결해주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한 대출 상담 건수도 지난해 52만2657건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생활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빌리려는 서민들이 햇살론, 미소금융과 같은 정책대출상품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올 하반기 예정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에 따라 2금융권이 저신용자 취급을 축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정책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저신용자들의 이용이 많은 일부 정책금융상품에서는 이미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저신용자들에게 15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역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17도 대위변제율이 지난해 상반기 0.2%에서 지난해 말 5%까지 올랐다. 대위변제율은 채무자가 원리금을 연체해 보증을 선 정부가 은행에 대신 갚아줘야 할 돈의 비율을 말한다. 대위변제율이 상승했다는 건 대출을 연체하거나 대출상환을 포기해 개인회생, 신용회복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정부가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한 서민에게도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적용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대위변제율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유예 조치가 끝나면 정책금융상품의 부실률은 더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서민들의 자금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한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속출하고 있다.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정책금융상품을 마지막 자금 마련 창구로 이용한 뒤 원리금을 한 차례도 상환하지 않고 법원에 개인회생, 파산을 신청하거나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용·취약차주에 조건 없이 정책자금을 집행하기보다는 사전심사를 강화하거나 채무관리 교육을 상시화하는 등 장기적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마저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은 빚 부담이 그만큼 커져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한계차주에게 무조건적인 대출을 내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채무관리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