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앤트그룹 국유화 논쟁과 관련해 모 신문사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최근 국영기업은 약진하고 민영기업은 퇴보하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외 매체는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영기업의 국유화 이슈를 ‘국진민퇴 회귀’로 해석하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작년 초 보험·증권·신탁 등 민간 중소 금융회사의 국유화 이슈로 시작되어 9월 안방보험, 11월 칭화유니, 12월 앤트그룹 국유화 논란이 가중되면서 중국의 국진민퇴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사실 결과론적인 현상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좀 더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 국진민퇴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중국 내 정치·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내재적인 문제점과 폐해를 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방보험의 사기횡령, 칭화유니의 부실경영, 신화(新華)신탁 등 민간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조작, 불법행위와 같은 근본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슈가 합쳐지면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사실 중국을 단편적으로 보면 모순되는 측면이 매우 많기 때문에 단순히 자본주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면 함정에 빠지기 싶다.
첫째, 민영경제가 중국 경제성장의 주력군으로 역할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978년 개혁·개방 당시 민영경제 비중이 0%에서 2019년 65%까지 성장하며 지금의 G2 중국경제를 만들었다. 2019년 기준 중국의 민영기업 수가 약 3500만개로 중국 전체 기업의 약 90%, 전체 GDP에서 6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60% 이상이 민영기업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민영기업의 세수 공헌도는 약 60%로 중국경제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민영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면서 중국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공산당 리더십의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는 일자리는 80% 이상이 민영기업에서 창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꺼져가는 민영경제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사례를 보고 단순히 국진민퇴라고 정의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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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중 패권경쟁에 맞서 중국이 꿈꾸는 반격의 기술은 국유가 아닌 민간기업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부터 시작된 중국 혁신경제는 신산업 성장의 방향성을 제시했고, 미래 발전의 원동력으로 변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민영기업 중 하이테크 기업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 중국 발명특허의 75%를 민영기업이 출원하고 있는 상태로, 중국 혁신경제의 첨병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중국 GDP의 디지털 경제 비중은 36.2%로, 이 중 80% 이상이 민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보는 미·중 간 패권경쟁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기술 분야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따라서, 중국은 지속적인 창업지원과 민영기업 육성을 통해 혁신성장의 밑거름을 만들려고 한다. 특히 ‘대중창업, 만중창신’으로 대변되는 창업 활성화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경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미국에 대항해 강화하고 있는 기술자립과 미래 부가가치 창출은 국영과 민영기업 간 개방형 혁신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믿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영과 민영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융통발전전략’은 중국혁신경제의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